19일 밤늦게 새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한다. 이어 내년 초에는 새 정권이 출범하게 된다.
어려운 경제 사정과 꽉 막힌 남북 관계, 복지 정책, 교육 문제 등에 밀려 스포츠 정책은 이번 대선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다. 앞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새 정부의 스포츠 정책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겠지만, 새 대통령이 스포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분이길 바란다. 사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환경도 크게 변한 만큼 이에 따른 적절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특별히 스포츠를 좋아한다는 이미지를 풍기지 않았다. 유도 8단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야구광인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봅슬레이 선수로 여러 차례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 같은 화려한 스포츠 경력은 아니더라도, 공원에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나 경기장을 찾아 관람하는 모습 정도는 뉴스가 될 법했는데 어느 후보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는 스포츠 마니아들이 있었다. 육사 시절 축구 골키퍼를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프로 야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1982년 출범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혼란스런 정치 상황의 국면 전환용으로 프로 야구를 출범시켰다는 좋지 않은 평가를 듣지만 어쨌든 프로 야구는 한 해 700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경우 테니스를 무척 좋아해 국가대표 선수를 청와대로 불러 친선 게임을 할 정도였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었다. DJ 정부 초기, 외환위기로 모두 힘들었던 시절 미국 프로 야구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와 미국 여자 프로 골프(LPGA)의 박세리가 투혼을 발휘했지만 DJ가 이들을 격려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문화체육부에서 '체육'이란 명칭이 없어진 것도 김대중 정부 때다. DJ에 앞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조깅을 좋아했을 뿐 비교적 스포츠를 싫어했던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YS는 체육부를 문화체육부로 만들어 오랫동안 체육인들의 원성을 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스포츠 한국'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보금자리인 태릉선수촌을 설립했고, 선수 연금 제도를 도입해 엘리트 체육의 근간을 다졌다.
1995년 민선 자치 시대가 열린 후에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스포츠 치적 쌓기에 앞장서고 있다. 대구시는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했고, 인천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광주시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연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메이저 대회 유치를 놓고 국운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은 스포츠가 주는 마력, 즉 대중을 이끄는 힘 때문이다. 독일의 나치 정권 등이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례도 있지만 스포츠는 세계 곳곳에서 '긍정의 힘'을 발휘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과 중국의 국교는 '핑퐁외교'로 열렸다. 남북한 관계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를 통해 교류의 물꼬를 터 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북한이 참가한 것은 서로 관계가 좋았던 DJ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스포츠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양립하면서 균형 있는 발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 뿌리에서 체육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따로 놀면서 '권력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 초기 때마다 거론되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하지 못하면 지자체가 먼저 이를 추진해야 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 국위를 선양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한 신체 활동으로 건강한 정신을 지키는 스포츠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학교 폭력 사태 예방 대책으로 체육 수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규율과 규칙이 서면 사고는 저절로 예방된다. 앞으로 초고령화사회에서 스포츠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늘어나는 노인 의료비를 줄이는 지름길은 운동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체육이 국민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가 스포츠를 통해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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