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70대 남자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환자는 병원 5층에서 병실 창문 방충망을 뜯어내고 밖으로 몸을 던져 삶을 마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그의 자살 원인을 요양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찾는다. 이 병원 간호사는 "감옥이라는 말이 뭔지 알겠더라.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1~2년 지내다 보면 도대체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이 시대의 요양병원은 노인들이 거쳐 가는 필수 코스가 됐다. 부모를 24시간 집에서 간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식들은 어쩔 수 없이 병든 부모를 요양병원에 보내고, 부모들은 집이 아닌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제 부모라고 생각하고 모시면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일부 요양병원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식사 질을 낮추고, 기저귀 사용 횟수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기도 한다. 취재를 하며 만난 한 요양보호사는 "환자들이 먹는 밥을 병원에서 딱 세 끼만 먹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곳은 병이 나아서 나가는 곳이 아니다"며 한숨지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7년 전 전국적으로 203곳이었던 요양병원이 현재 1천 개가 넘게 생겼다는 말은 그만큼 '장사'가 된다는 말이다.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자며 요양병원 설립 기준을 느슨하게 만들어 설립을 주도했다면 그만큼 '관리'에도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하지만 관리는커녕 제대로 된 평가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전체 요양병원 중 10% 정도만 현장을 가보고 병원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매겨진 점수를 보호자들이 믿어도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인간은 모두 늙고, 병들고, 죽는다. 어떻게 사느냐 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느냐는 것이다. 요양병원이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문화라면 철저한 관리와 평가로 자식들이 믿고 부모를 맡길 수 있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침상에 누운 노인 환자들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기획취재팀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