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물산업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오직 '기술'뿐이다. 막을 이용해 물을 걸러내는 '멤브레인'은 물산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하수도 분야의 핵심기술로 시장성이 크다. 특히 경북 동해안의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암반수는 멤브레인 기술을 활용해 기능성 물로 재탄생할 수 있어 산업화 가능성이 높다. 경북도에는 멤브레인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 기업들이 포진해 지역 물산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기술과 기능성의 조합 '염지하수'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이곳에선 경북 최초로 염지하수를 활용한 미네랄 음료를 시험 생산 중이다. 염지하수는 해안심층암반수로 육지에서 스며든 담수와 바다에서 흘러든 해수가 합쳐져 생성된다. 먹는물 관리법에 따르면 물속에 녹아있는 염분의 함량이 1ℓ당 2천㎎ 이상이면 염지하수로 불린다.
염지하수에는 바닷물의 미네랄과 빗물이 암반층을 내려오면서 흡수한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특히 울진의 염지하수는 제주 용암해수보다 미네랄이 풍부하다. 제주 용암해수가 1ℓ당 칼슘 1천111㎎과 마그네슘 961㎎을 포함하는 데 비해 울진의 염지하수는 1ℓ당 칼슘 1천770㎎과 마그네슘 1천10㎎으로 측정됐다.
울진 염지하수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수질 변화가 적고 수온은 17~19℃로 일정하다. 일반 바닷물과 지하수와 달리 외부환경에 노출되지 않아 대장균과 페놀류, 수은, 카드뮴 등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 김용환 경북해양바이오연구원 연구개발부 연구원은 "염지하수는 육지에서 취수할 수 있기에 바다 한가운데서 취수하는 해양심층수에 비해 많게는 100분의 1까지 비용이 적고 취수 여건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기업인 ㈜아리메드는 올해 해양바이오연구원에 입주해 염지하수를 개발하고 있다. 아리메드의 염지하수 산업화 전략의 핵심은 차별화된 기술이다. 아리메드는 염지하수와 관련해 미네랄을 농축하고 칼슘염(염화칼슘)을 정제하는 기술 등 4가지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아리메드는 염지하수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전국 1만여 개 약국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2015년까지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를 홍보해 매출액 20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내년 한 해 동안 31억1천만원을 들여 생산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음용수 설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2015년까지는 145억2천만원을 투입해 기능성 음료 및 화장품 등의 생산설비를 추가로 갖출 예정이다.
정재준 아리메드 회장은 "울진 염지하수는 5대 영양소의 하나인 미네랄을 자연 상태에서 섭취할 수 있는 최상의 미네랄 공급원"이라며 "염지하수의 천연 미네랄은 약국의 합성 미네랄보다 빠르게 몸에 흡수되기에 변비와 만성피로증후군 등을 해소하는 의학적인 기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물산업의 미래 기술 '멤브레인'
물산업의 핵심 기술은 멤브레인이다. 멤브레인은 미세한 구멍을 가진 막을 이용해 물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막에 따라 마이크로 필터와 울트라 필터, 나노 필터, 역삼투압 필터 등으로 나뉜다. 기존의 물처리 기술은 정수기술과 하수처리기술로 구분되는데, 멤브레인은 정수 및 하수 처리에서의 모래여과와 생화학적 과정을 대체할 수 있고 자동화가 가능해 유지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멤브레인은 오'폐수 정화와 바닷물 담수화를 포함해 황이나 질소 같은 유해 기체를 거르는 데도 활용된다. 또 반도체와 LCD공정, 혈액투석, 2차 전지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robal Water Intelligence'GWI)는 2007년 61억달러 수준인 멤브레인 시장이 2016년에는 303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멤브레인이 가장 널리 적용되는 상'하수 분야의 시장성이 크다.
GWI에 따르면 2010년 세계 물산업 규모는 4천828억달러로 이 중 상수도 2천93억달러(43.4%)와 하수도 1천618억달러(33.5%)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GWI는 2025년 물산업 규모가 8천650억달러에 달하고 상수도 3천880억달러(44.8%)와 하수도 3천550억달러(41%)로 예측됐다.
시장성이 큰 멤브레인의 핵심기지로는 경북이 부상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산 공장에서 상'하수와 폐수를 여과하는 멤브레인을 생산하고 있다. 2006년 미국의 ITT인더스트리사와 6년간 5천만달러 규모의 멤브레인 공급계약을 맺는 등 2015년 매출액을 2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미의 웅진케미칼은 1994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역삼투압 멤브레인을 개발했고, 2010년 이란 국영 석유화학기업에 하루 13만t 규모의 멤브레인 필터를 수출했다. 매출액은 2007년 511억원, 2009년 1천205억원에 이어 올해는 1천 547억원으로 예상된다. 멤브레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도레이 그룹은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내년부터 2022년까지 1조3천억원을 투자해 멤브레인 생산 공장 건립에 나선다.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물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하수도 분야에서 멤브레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혁신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막을 만드는 기술과 저에너지와 저비용으로 막을 활용하는 기술 등이 세계 물산업 시장에서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주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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