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고래사냥'의 노랫말처럼 그동안 무엇을 해 놓았는지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기보다 차라리 고래 구경을 떠나보자. 고래를 보기 위해선 울산으로 가야 한다. 굳이 삼등 완행열차를 탈 필요는 없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2시간 정도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다다른다.
◆고래박물관
고래 마을 장생포에는 볼거리가 유난히 많다. 고래 해체장이 있었고 최근에는 고래 특구로 지정돼 고래와 관련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연평균 50만 명의 관광객이 고래 문화를 즐기려고 장생포를 찾고 있단다.
이 가운데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은 장생포를 찾는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다. 국내 유일의 고래전문박물관으로 귀신고래의 실물모형을 포함해 포경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2005년 5월 개관했다. 1986년 포경이 금지된 이래 사라진 포경 유물을 수집'보전'전시하고 있다.
2층 포경역사관에서 시작해 3층 귀신고래관을 거쳐 1층 어린이체험관으로 이어진다. 2층 출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모습의 귀신고래 실물모형이 기다린다. 출산을 위해 울산 앞바다로 회유하던 바로 그 귀신고래다. 몸 여기 저기 따개비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 비위생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현실감이 있다. 길이 33m에 이르는 대왕고래 턱뼈와 밍크고래 머리뼈를 비롯한 각 부위의 뼈를 만나볼 수도 있다. 또 장생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포경 역사와 세계의 포경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고래를 잡는 기구와 포경하는 모습 등이 실물처럼 전시돼 있다. 실제와 같은 고래 배 속 길도 마련돼 있다. 실제 크기와 같아 고래의 위대(?)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박물관에서 불과 30m 떨어진 생태체험관은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다. 고래 골격 만져보기, 고래 소리 들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좀 더 친근하게 고래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입장료가 박물관(2천원)보다 2배 정도 비싼 5천원이다.
돌고래가 살고 있는 수족관을 터널로 지나면서 활기차게 유영하는 고래(길이 11m, 너비 3.8m, 높이 2.6m)를 만날 수 있다. 또 가로와 세로 16m 정도의 고래수족관에서는 화려한 돌고래 쇼가 펼쳐진다. 이들 돌고래도 엄연한 울산 주민이다. 이름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격인 고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아 고래 주민등록증도 갖고 있단다.
장생포 고래마을 사람들의 고래잡이 과정을 대형 디오라마로 재현하고 있는 곳도 있다. 장생포마을 전경, 고래잡이 출항, 고래 잡는 모습, 입항, 고래를 해체해 착유하는 과정을 영상과 더불어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또 향고래를 주제로 만든 4D애니메이션 영화도 인기다.
박물관에서 체험관 사이 야외에는 마지막 포경선인 제6진양호가 버티고 서있다.
◆신화마을
포경선을 타던 장생포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주한 신화마을은 또 하나의 고래 테마 명소다. 고래체험관에서 15분 정도 거리다. 1960년대 울산에 석유화학단지가 생겨나면서 공단 주변 철거민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전형적인 산동네. 그러나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동네 전체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동네는 흡사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마을에 있는 18개 골목길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야외 미술관에 온 느낌을 받는다. 다양한 전시회도 열린다.
좁은 길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에 형성된 마을에는 고래와 관련한 벽화들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반구대 암각화 속 귀신고래는 선사인들이 새겼지만, 현대에 들어 예술인들이 시멘트 담벼락에 다시 그렸다. 최근에는 '기적의 우체통'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미술관에 있는 신화마을 그림엽서에 부모나 친구, 혹은 자신에게 바라는 소망을 적은 뒤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울산 남구청은 매월 말 우체통에서 엽서를 꺼내 보관하다 1년 뒤 엽서에 적힌 주소지로 보내준다.
##가는 길=고속도로를 타고 울산IC에서 내리면 오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12시 방향으로 직진한 후 신여천네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이정표가 나온다. 매암네거리에서 직진한 후 5분 정도 달리면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이른다.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