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노년의 아름다운 기부문화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입니다. 나아지지 않는 지역의 경제상황 때문인지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대구지역 기부금 액수는 여전히 전국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고, 기업의 기부뿐만 아니라 개인의 후원까지도 갈수록 줄어드는 요즘,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견디기 쉽지 않은 겨울이 될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시립니다.

사실 대구는 역사적으로 공동의 문제에 힘을 모으는 일과 모금에 매우 적극적인 도시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국채보상운동이 있습니다. 일제 통감부가 한국 침략에 필요한 비용을 우리에게 전가하면서 외채를 갚지 못할 경우 나라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으로 온 국민이 외채를 상환하여 국권을 지키려는 운동이 일어났으며 그 출발지가 바로 대구였습니다. 그리고 새마을운동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었던 곳도 대구였습니다. 당시에 젊은 세대였던 지금의 노인세대들은 나보다는 우리를, 우리가정보다는 우리사회와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왔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습니다.

요즘 제가 근무하는 노인복지관에서 나이가 예순이면 열심히 인사만 하고 다녀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그만큼 고령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건강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청년이나 진배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중에 많은 분이 다양한 사회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다양한 자원봉사와 후원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특히 요즘은 은퇴 후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살려 음악, 어학, 미술, 서예 등 다양한 자기계발을 위한 학습활동을 하면서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곳에서 아낌없이 나누는 재능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부는 더이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닙니다. 봉사와 이웃사랑의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특히 노인세대들이 의미 있는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구도 2018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의 노인세대가 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특히, 2015년이면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인세대로 진입하게 되면서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들은 기존 노인세대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봉사에 대한 의식이 높고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이나 공동체 사회를 위한 기부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경륜과 사회를 위한 헌신적인 사명감 그리고 열정을 가진 노년의 기부는 경쟁과 양극화로 멍들어 있는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1999년 세계노인의 해를 기념하여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문제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성취를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지역노인들의 적극적인 기부문화의 확산으로 나누는 삶의 놀라운 기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다시 한 번 제2의 국채보상운동과 새마을운동과 같이 대구에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데 노인세대들이 앞장서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윤욱/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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