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도심골목에서 대구경제의 희망을 찾다

최근 몇 년간 걷기 열풍이 불면서 걷는 여행이 붐이다. 올레길, 둘레길, 해안누리길 등 다양한 이름으로 걷는 길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걷기 여행의 진원지 '제주 올레'는 21세기 우리나라의 최고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제주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동안 관광산업은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형태로 육성이 되다 보니 이득은 소수에게만 돌아갔다. 하지만 '제주올레'는 코스를 설계할 때 3개 이상의 마을을 거치도록 했다. 그 결과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의 작은 가게, 식당은 이용객이 늘어났고 대기업의 리조트에 밀려 고전하고 있던 지역 여관은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관광객의 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대구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대구에는 갈 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주말이면 외곽으로 여행을 가거나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몰을 찾는다. 우리는 삶의 터전인 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남 내륙의 중심지 대구는 부족국가 시절에는 달구벌로 불렸다. 신라 경덕왕 때 처음으로 대구로 불리기 시작했다. 1601년(조선 선조) 경상좌도와 경상우도가 통합되면서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된 후 우리나라의 3대 도시로 성장했다. 근대 이후에는 철도와 고속도로 노선이 집중되면서 상공업 도시로 발달했다. 이와 같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는 대도시답게 골목이 많다. 근대문화골목, 약전골목, 진골목, 야시골목, 화교거리, 김광석길,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안지랑 곱창골목 등 대구의 골목길은 '제주올레'의 뛰어난 자연경관과는 달리 사람 냄새 가득한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2012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대구 근대문화골목'은 도심 골목길을 걷는 전국 최초의 골목투어 관광상품으로 1박 2일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는 한국 전쟁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아 전후의 생활상이 잘 유지되고 있는 편이다.

동산선교사주택,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계산예가(이상화, 서상돈 고택), 뽕나무골목, 약령시, 영남대로, 진골목으로 이어지는 2시간여의 근대문화골목은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문화적 체험 공간이다.

대구 중구청 자료에 따르면 근대문화골목투어 관광객은 2008년 287명에서 2011년 3만5천404명, 올해는 10월까지 3만4천546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관광객의 증가는 침체된 골목상가와 인근의 서문시장, 염매시장 등 전통시장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성장한 현대인은 화려하고 풍요로운 대형마트에서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중산층이 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가는 것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인 것이다. 근대문화골목투어는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역사, 문화적 경험(3'1운동의 발자취, 민족시인 이상화의 숨결, 가곡 동무생각의 사연 등)을 제공함으로써 골목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지역경제 성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골목길은 시대를 초월하는 소통의 공간이자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소인 동시에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자산이다.

대구에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골목탐방 코스는 제2코스인 근대문화골목 외에도 여러 개가 있다. 달구벌의 기원과 도시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제1코스인 경상감영달성길, 패션'한방 거리인 제3코스 패션한방길, 살아있는 문화의 거리인 제4코스 삼덕봉산문화길, 가톨릭 관련 종교적 의미가 서려 있는 제5코스 남산100년향수길 등이 있다. 그리고 2013년에는 순종황제어가길이 추가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렇게 개발된 코스가 국내와 세계 최고의 골목투어 명품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체험 인프라가 따라야 한다. 패션과 갤러리, 카페 등 새로운 골목문화도 함께 형성되어 대구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도록 해야 한다. 1천 개의 이야기, 1천 개의 골목을 가진 대구가 파리의 샹젤리제와 몽마르트르, 영국의 고서적마을 헤이온와이, 서울의 인사동거리처럼 세계적인 명소가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 이번 주말 도심골목 여행을 떠나 보자.

추교원/대구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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