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영화감독 오디션 프로는 왜 만들기 어려울까?

바야흐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계절이다. 특히 '슈퍼스타 K' 등 케이블에서 먼저 시작된 음악 관련 오디션 프로는 지상파에서도 활성화되어 이맘때면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한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필자 역시 최근의 '위대한 탄생'까지 즐겁게 시청하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영화감독 오디션 프로그램은 거의 편성되지 않거나 활성화되지 않을까? 그리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몇 가지 해답을 찾았다.

우선 프로그램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매주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통해 참가자의 재능과 노력을 확인해 볼 수 있지만, 영화는 당최 촬영 등 제작과정만 봐서는 뭘 하고 있는지를 시청자가 가늠하기 어렵다. 중간에 감독과 배우가 싸우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시청자들 눈요기는 되겠지만, 그것도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매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그 분야의 문외한임을 전제로 노래라든지 간단한 의상제작은 일주일 안에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보지만 영화는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을 시작으로 편집되고 소리가 입혀진 결과물을 그 기간에 완료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청자들은 오디션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열정과 투혼을 보기 원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령 참가자가 시나리오를 열정적으로 쓴다고 해서 그게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연출하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영화가 잘 나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한마디로 시청자들의 요구와 프로그램의 성격이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객관적인 심사위원의 구성 역시 쉽지 않다. 영화는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므로 제작된 영화 중 어느 영화가 훌륭한가에 관한 심사기준을 확립하기 어렵고 각종 영화제의 수상작 결과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시청자의 눈과 심사위원의 눈이 너무 다를 때 오는 혼란 역시 피하기 어렵다.

그래도 필자는 꿈을 꾼다. 간절히 기회가 주어지기를 원하며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처럼 필자 역시 어렵겠지만 이러한 오디션이 편성된다면 지원해서 참가자들과 열정을 나누고 싶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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