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 칡기] 리셋 코리아

정태인 외/미래를소유한사람들

# 대한민국을 새롭게 개조하라

# 경제와 복지 선순환이 해법…정부가 적극 나서야

희망과 기대, 절망과 불안이 교차하던 선거운동 기간이 끝나고 이제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하루에 무려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과 자영업의 위기, 일자리 부족과 물가 폭등 등 서민들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진보적인 민간 싱크탱크를 목표로 설립된 민간연구기관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에서 펴낸 '리셋 코리아'를 읽었다. 경제와 사회 제반 문제들의 원인을 분석하고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새사연' 원장인 정태인은 책의 서두에서, '오늘의 세계가 1929년 대공황 이래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선진국 전체가 일본형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게다가 지금은 세계 패권의 교체기로,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과도기의 한복판에 우리나라가 있다. 이러한 세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우리의 문제들을 풀어나갈 것인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금융 자유화와 개방화를 추진하고 재벌 대기업집단이 경제력 집중을 가속하여 경제 권력화하도록 방치했다. 그 때문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금융 불안과 신용카드 대란, 부동산 거품, 가계부채 등 서민 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운용의 실패에 기인한다. 따라서 경제위기의 극복은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 특히 서구 복지국가가 신사회 위험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경험은 사회 투자적 지출을 통해 내수를 강화함으로써 경제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재벌 개혁과 복지지출 확대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분배율을 개선해 내수를 자극하는 소득 주도 성장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복지국가를 위해 자본통제와 재벌개혁, 적극적 일자리 창출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경제 회복의 출발점이다. 복지국가는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다.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복지국가, 바람직한 거시경제정책을 갖춘 복지국가만이 진정한 복지국가이다.

그간 경제 영역을 살펴보면, 기업의 이윤은 증가했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과도한 금융화로 인해 산업자본은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금융자본으로 전환했고, 결국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 이는 사회정의와 경제적 측면에서 부유세, 법인세, 사회복지 목적세를 징수할 수 있는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근거가 된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 조세정책이 필요하다.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육, 건강, 환경 등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현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 감세정책으로 깎아준 세금은 약 100조원 정도였지만, 이것이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세계 3대 부호 중 한 명인 미국의 워런 버핏은 앞장서서 부자증세를 주장하였으며, 이후 많은 선진국 부자들이 이에 동조하였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복지 재정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정의가 아니라 공평성의 문제이다.

저자는 미래 시대를 향한 정의와 연대를 강조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국가를 제안한다. 우리의 환경은 다음 세대의 것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며, 현재의 물질 자본,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을 다음 세대에 잘 넘겨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은 생태계가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며, 사회국가는 기본적으로 복지국가이지만, 시민이 참여하여 결정과 집행을 하는 '강한 사회'이다. 우리 사회 99%를 위해 18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가지 개혁과제가 책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새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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