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하오 통신] '녹색 전도사' 왕후이밍(王惠明)

앞 못 보지만 30년간 나무 10만 그루 심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30년 동안 나무 10만 그루를 심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 주인공은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통링시(銅陵市) 다퉁진(大通鎭) 출신의 왕후이밍(王惠明'46)이다. 그는 잡초 우거진 황량한 다퉁진에 10만 그루의 소나무와 삼나무를 심어 '녹색 신화'를 이뤘다.

그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12세 때 완전히 실명을 했다. 그의 부친은 어린 아들에게 역술인이 되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16살부터 집 근처 황량한 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에게 나무를 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호미 하나 달랑 들고 잡초를 헤치고 잡목을 베며 꼬불꼬불한 산길을 들어가 나무를 심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나무를 심어야 할 지 몰랐는데 차츰 나만의 방식을 깨달았어요. 1m와 1.5m짜리 호미 2개를 잣대 삼아 양끝에 말뚝을 박고 고정하고 나서 밧줄로 잡아당겼죠. 그리고 호미를 이용해 구덩이 거리를 재고서 소나무는 1m, 삼나무는 1.5m 간격으로 열을 지어 구덩이를 파고 손으로 흙을 긁어모으며 심었죠."

이렇게 하기를 20여 년. 마침내 그는 어떤 산이라도 오르내리며 일반인보다 더욱 뛰어난 방향 감각을 기르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은 새벽 동트기 전에 일어나 곧장 산으로 가 해가 저물 때까지 나무를 심은 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고 했다. 또한, 아들은 신발과 호미를 얼마만큼 사용했는지조차 몰랐으며 양손에는 물집이 잡혀 피투성이가 되기 일쑤였고 굳은살이 박였으나 내색조차 않았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의 나무심기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산길에서 넘어지고, 벌레에게 물리고 야생 벌에게 쏘이기 일쑤였지만 그에게는 결코 넘지 못할 장애물이 아니었다. 1997년 어느 날, 산림을 훼손하는 소를 쫓아내다가 나뭇가지에 왼쪽 눈을 찔려 온몸이 피로 뒤범벅됐으며 급기야 왼쪽 눈을 절개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이러한 노력으로 2001년 홍콩 지구환경협회가 수여하는 '제5회 지구상', 같은 해 안후이성의 '제3회 정신문명 우수상'을 받았으며 2003년 국가 인사부로부터 '전국자강모범'에 선정됐다. 2003~2008년에는 안후이성 장애인대표대회 대표로 2차례 참석했으며 올해 '안후이 호인(好人)'으로 선정됐다. 또한, 그가 살고 있는 다퉁진은 수목이 울창하고 공기가 신선하다는 이유로 유엔이 정한 '중국거주환경모범상'을 받았다. '깐이젠스칭야오여우쥐에신'(干一件事情要有決心'어떤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결심이다). 암흑 속에서 30년 동안 황량한 산을 오르내리며 오로지 나무만 심은 그의 간단하지만 큰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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