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희건설 인부식당까지…수입산 쌀·고기류·김치 '국내산' 버젓이 표기

알고서 묵인 의혹 제기에, 서희측 "함바집과 우린 무관"

서희건설이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 짓고 있는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입점해 있는 함바집이 쌀
서희건설이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 짓고 있는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입점해 있는 함바집이 쌀'육류'김치 등의 원산지를 속이고 영업하다 최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적발됐다. 사진은 해당 함바집 내부 모습. 농관원 제공

'맛있게 드십시오. 서희건설 직원 일동.'

대구 달서구 아파트 공사현장의 식당 한켠에 붙은 표시판에는 국내산 쌀, 국내산 김치, 한우 등 식당 한켠에 붙어 있는 표지판은 눈가림용이었다. 인부들은 '속았다'며 술렁거렸다. "현장 노동자들은 밥심으로 일합니다. 거짓말할 게 따로 있지…."

서희건설 아파트 공사현장(대구 달서구)에 입점해 있는 현장식당 이른바 '함바집'이 원산지 표기를 속인채 영업을 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일 "서희건설 함바집이 원산지 표지판에는 소고기=한우, 돼지고기=국내산 등으로 표기했지만 단속 결과 쌀은 물론 김치, 육류까지 원산지를 속였다"고 밝혔다.

농관원은 현장에서 표지판 수정을 권고했으며 서희건설 함바집이 인천 업체와 미국산 쌀 등을 거래한 내역서를 확보해 함바집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서희건설 함바집의 원산지 위반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서희건설 공사에 참여했다는 A씨는 "서희건설 공사 현장에는 쓰레기 더미 등에서 미국산 쌀 가마니가 자주 보여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함바집 측은 "지난달부터 원가 등의 압박으로 미국산 쌀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연말이고 바쁘다 보니 미처 원산지 표지판을 바꾸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시공사인 서희건설도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함바집은 보통 시공사 친인척이든가 연줄을 타고 입점하는 등 상당한 이권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함바비리'가 대대적으로 불거져 전직 경찰청장과 방위사업청장 등이 법정에 섰고 지방 한 대학총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함바집 역시 서희건설의 대구스타디움 칼라스퀘어 지하상가 공사 때도 참여했다.

지역의 한 건설사 대표는 "함바집은 아주 큰 기업이 아니면 친인척들이 대부분 운영하고 연줄을 통해 입점하는 게 보통이다. 시공사와 특수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희건설이 식당의 원산지 표시 위반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현장 경비원으로 일했다는 B씨는 "새벽 1, 2시쯤 인천 번호를 단 24t 트럭이 미국산 쌀을 대거 내려놓고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문을 열어줘야 하는 탓에 서희건설이 모를 리가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노동자 식단과 영양은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으로 이어지는 데 하도급업체 임금체불 등으로 오명을 쓰고 있는 서희건설의 신뢰도가 더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건설 측은 "함바집과는 관계된 게 없고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해명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함바집

현장 식당 또는 건설현장 식당을 일컫는 말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숙식을 제공하기 위해 세운 임시 건물을 뜻하는 일본어 한바(はんば'飯場)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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