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의 샅바/ 구활 지음/ 눈빛출판사 펴냄
사이버 공간에서 '팔할이 바람'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전 언론인이자 수필가인 구활의 최근작 수필 50편을 모았다. 언론사 정년퇴임 후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에 앞장서 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궁핍한 현실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살아간 옛 선비들의 삶의 지혜와 멋, 즉 풍류를 오늘의 삶에 대입해 보여준다.
조선 정조 때 다산 정약용이 젊은 시절 친구들과 결성했던 '죽란시사', 영조 때 실학자인 이중환이 이인복, 오광운 등과 어울려 북악산 백운봉에서 결성한 '백련시사' 등 권력에 초연한 채 자연과 시작 활동으로 당대를 살아갔던 선인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들의 행적을 통해 풍류가 단지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솔가지 타는 순한 연기처럼 우리 삶을 향기나게 한다는 사실을 시공을 초월해가며 들려준다. 또 덕중이, 어우동, 유감동 등 조선조 스캔들의 주인공을 유교시대에 저항한 '조선의 팜므파탈'로 소개한다.
저자는 풍류의 세 가지 요소가 시(詩), 주(酒), 색(色)이며, 그 배경은 풍(風), 월(月), 수(水)로 요약된다고 밝힌다. 아무리 생활이 곤궁했어도 시와 술은 함께 다녔으며, 술 뒤엔 해어화로 부르던 기생이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 그 예로 정조 때 임희지는 손바닥만한 집에서 살았지만 여염집 두 채를 사고도 남을 옥으로 만든 붓걸이를 가질 정도로 검소한 가운데도 사치를 부릴 줄 알았다고 한다. 그는 마당 한 구석에 작은 연못을 파고 살뜨물을 부어 물을 채웠다. 풍류객 임희지는 그곳에서 달구경을 했다. 저자는 "이것이 풍류의 진수"라고 했다. 풍류는 '피의 소리'이기도 하고 '끼의 맥박'이기도 하며, '기질의 숨결'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풍류론이 펼쳐진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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