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예 설움은 현재진행형…'끝나지 않은 노예의 역사'

끝나지 않은 노예의 역사/ 마조리 간·재닛 윌렛 지음/ 전광철 옮김/스마트 주니어 펴냄.

노예제도는 5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노예제도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 가령 고향, 가족, 언어, 친구를 앗아가 버린다. 일을 선택할 권리와 휴식할 권리, 즐거움, 옷과 음식, 심지어 이름마저도 지워버린다. 대부분의 노예주들은 노예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노예가 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관심이 없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노예를 '인간의 발을 가진 가축'(andrapoda)이라고 불렀고, 로마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노예를 '어린 것들'(little ones) 또는 '어린 놈들'(little boys)이라고 불렀다.

노예가 되는 경우는 다양했다. 빚을 갚지 못해 스스로 노예가 된 사람도 있었고, 전쟁 포로로 잡혀와 노예로 살다가 죽은 사람도 있었다. 이웃 마을의 아이를 납치해 노예로 만들기도 했고, 유럽인들은 수없이 많은 아프리카인들을 잡아서 노예시장에 내다 팔았다. 서기 1500년∼1870년 사이 1천1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인이 남아메리카와 카리브 해로 향하는 노예선에 강제로 올라야 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덴마크, 프랑스의 노예 상인들은 이들을 아프리카에서 납치하거나 아프리카 현지 납치범으로부터 돈을 주고 산 다음 아메리카에 내다 팔았다. 그중에 포르투갈인들이 잡아 판 노예가 50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배에서 남자 노예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갇혀 지냈고, 여자 노예들은 수시로 강간당했다. 이들은 항해 중에 학대와 전염병과 영양 부족으로 10명 중 2명이 죽었다. 어떤 노예 상인들은 살아 있으나 허약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노예를 항해 중에 산 채로 바다에 던져 죽이고,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바이킹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지역을 일컫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왔다. 793년 그들은 영국 북동부 린디스판 수도원에 대한 잔인한 습격을 시작으로 영국과 아일랜드 해안을 약탈했으며, 자신들과 같은 민족이 사는 스칸디나비아인 마을에도 침입하여 사람을 납치해 노예로 팔았다. 바이킹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어디나 침입했으며 약탈과 납치를 일삼았다.

종교적으로 상대편을 노예로 만들기도 했다. 중세에 이슬람 약탈자들은 스페인, 시칠리아, 북아프리카에 근거지를 두고 그리스도교 왕국에서 포로로 잡은 사람들을 지중해로 끌고 가 팔았다. 반대로 그리스도교 해적들은 이슬람 해안 지역을 침입해 주민을 포로로 잡아 노예로 삼거나 팔았다.

노예해방을 위한 시도도 많았다. 드물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 노예신분에서 벗어난 사람도 있었고, 주인의 동의를 얻어 해방된 경우도 있었다. 최초의 대규모 노예해방 운동은 기원전 73년 이탈리아의 카푸아 지방에서 부엌칼로 무장한 노예 70명이 베수비우스산에서 일으켰다. 이들은 로마의 검투사들로 노천 경기장에서 수천 명의 관중이 보는 앞에서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여야 하는 노예들이었다. 탈출한 검투사들은 부랑자들과 도망 노예를 규합해 그 수가 4천 명에 이르렀다. 이들의 지도자가 스파르타쿠스였다. 스파르타쿠스는 그들을 잡으러 온 로마군을 잇달아 무찔렀다. 그러나 로마 군대의 수는 너무 많았고 결국 모두 잡히거나 죽임당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나는 노예반란은 1831년 버지니아에서 노예 6명이 백인 5명을 살해하며 시작됐다. 반란 노예는 60명까지 늘어났으나 68일간의 은둔 끝에 모두 체포돼 처형됐다. 미국의 흑인 노예들은 법정투쟁과 신문을 창간해 저항했고, 백인 중에도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끝내 남북전쟁을 통해 흑인 노예는 해방됐다.

이 책은 노예에게 호화로운 왕궁을 짓게 하고 그 업적을 자랑했던 호전적인 왕들, 새 옷을 마련하고자 노예를 팔아버린 평범한 양치기, 반항하는 노예의 코와 입술을 잘라버린 이야기 등 노예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노예제도라고 하면 고대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 대제국, 파라오의 땅 이집트, 고대의 이스라엘 노예제도 혹은 그리스와 중세 유럽, 아메리카로 팔려간 아프리카 노예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노예제도가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공장, 수단의 농장, 플로리다 토마토 재배지 등에서 벌어지는 노동 착취는 이전의 노예 노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220쪽, 1만5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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