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꼴불견 기초의회 이대로는 안 된다

기초의회가 또 말썽이다. 불과 몇 달 전 금품 수수 사건으로 풍비박산 난 예천군의회가 언제 무슨 일 있었느냐는 투로 외유성 해외 연수에 나서는가 하면 의원 수가 고작 7명에 불과한 대구 중구의회가 상임위원회를 2개씩이나 신설해 구청 예산을 축내고 있다. 어제 순천군의회에서는 의원 3명이 심야에 난투극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기초의회의 이런 몰염치와 꼴불견 행태는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기초의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파행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등한시하는 것도 모자라 마치 의원을 위해 의회가 존재하는 양 군림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초의회 무용론 등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손가락질받을 일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례회가 끝나자마자 동남아로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난 예천군의회 사례는 주민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예다. 정책개발 등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일정 대부분이 관광에 맞춰져 있어 말 그대로 눈가림 연수다. 의원 7명을 포함, 11명의 경비로 군 예산 2천400여만 원이 들어갔다. 비단 예천뿐 아니라 의원'공무원이 혈세로 단체 해외 관광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해 주민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예천군의회는 지난 7월 의장단 선거 금품 수수 사건으로 의원 1명이 자살하고 2명이 구속되는 등 난리를 쳤다. 의회 명예를 실추시켜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관광성 연수를 떠난다는 것은 도를 넘어선 짓이다.

대구 중구의회 행태도 지탄받을 일이다. 재적 의원 7명에 불과한 의회가 어저께 2개의 상임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을 선출했다. 의정 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누가 봐도 감투 쓰기에 지나지 않는다. 위원장 업무 추진비로 월 55만 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결국 예산 낭비만 부추기는 꼴이다. 어려운 지자체 재정을 먼저 생각해야 할 의원들이 감투에 이리 안달하는 것은 의원 양식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기초의회의 역할은 주민 복지와 구군 살림을 알뜰히 챙기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동안 의정 활동에 필요하다며 의회가 일을 꾸며도 주민들은 양해했다. 하지만 전부 빈말임을 이제 주민들은 잘 안다. 이런 식으로 기초의회가 구태를 되풀이하다가는 호된 역풍을 맞게 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의원들은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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