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자리 "싫어" 공연·봉사활동 "좋아"…기업들 훈훈한 이색 송년회

연말 송년회가 훈훈해지고 있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행사나 소외계층을 후원하는 등 뜻깊은 행사로 한 해를 보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백화점의 한마음대축제와 이마트의 희망장난감 도서관 개관 모습.
연말 송년회가 훈훈해지고 있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행사나 소외계층을 후원하는 등 뜻깊은 행사로 한 해를 보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백화점의 한마음대축제와 이마트의 희망장난감 도서관 개관 모습.

'먹고 마시는 송년회는 그만! 뜻깊은 행사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낡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년회가 달라지고 있다. 흥청망청 술자리로 보내는 송년회는 옛 이야기. 침체된 경기 때문에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행사와 이웃들과 따뜻함을 나누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대신하는 송년회로 바뀌고 있다.

◆직원 기 살려라

이달 18일 오후 9시 엑스코 공연장. 무대에는 프로 가수 공연을 방불케 하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백댄서들이 보디가드 복장을 하고 나와 마이크를 잡은 한 여성을 경호하는 상황을 연출했고, 곧이어 영화 '보디가드'에 삽입돼 유명해진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경호를 받던 여성의 노래실력은 청중을 압도했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백댄서들과 함께 섹시댄스 공연도 선보여 장내 분위기를 달궜다.

이런 프로페셔널한 공연을 선보인 팀은 대구백화점 직원들. 노래와 댄스 실력은 물론이고 의상, 소품까지 프로급으로 갖춘 공연으로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대구백화점 임직원과 가족 2천여 명이 꽉 들어찬 청중석은 마치 아이돌 가수 팬클럽을 떠올리게 했다. 청중들은 야광봉, 현수막, 풍선 등을 들고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무대에 서는 직원들은 숨겨진 끼를 발산하고 관람하는 직원들도 응원을 하면서 한 해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직원 간의 정도 쌓을 수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매년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송년회를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끼를 발산시키는 장기자랑이나 문화공연으로 대신하는 송년회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지역 롯데백화점은 매년 마지막 날에는 직원들이 다 함께 영화를 관람한다. 6년째를 맞은 이 행사는 직원식당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수 있는 설문조사표를 만들어두고 직원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상영한다.

실제로 한 인터넷업체가 이용자 1천8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말 송년회 유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9.6%가 '영화나 공연관람 등 문화형 송년회'라고 답했고, '술 마시기 등 음주가무형 송년회'는 15.9%에 불과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송년회

추운 겨울을 이웃과 함께하는 봉사형 송년회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성그룹은 연말 끝자락에 어려운 아동복지시설 및 소외계층 초등학생에게 겨울철 파카와 아동도서를 선물하는 등 성탄과 연말연시의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는 훈훈한 자리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사랑의 음악회'를 마련했다.

사랑의 음악회는 2003년부터 노사협의회가 술자리모임으로 얼룩진 송년회를 지양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송년행사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직원들은 주차봉사, 행사보조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봉사활동을 펼쳐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생활하는 어린이들과 따뜻함을 나누고 있다. 국제아동후원단체 플랜코리아는 연말을 맞아 나눔을 실천하고 사랑도 찾는 일석이조의 색다른 송년파티를 준비했다. 'The 짝'이라 이름 붙인 이 행사는 플랜코리아의 20, 30대 싱글 남녀 후원자들의 즐거운 만남을 주선하고 모임 참가비를 전액 기부해 후원자들에게 즐거움도 주고 뜻깊은 일도 할 수 있는 행사로 기획했다.

대구지역 이마트는 송년회를 대체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마트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금액에 회사가 같은 액수를 출연하는 희망배달캠페인을 진행, 올 11월까지 월 평균 3억8천여만원을 모았다. 이 기금으로 이마트는 북구 산격동에 이마트 희망장난감 도서관을 개관했다. 또 12월에는 기부상품을 정하고 해당 상품 판매 금액의 2%를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임직원들도 적극적으로 나눔 송년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고안해 연말마다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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