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ith라이온즈열정의30년] <50·끝> 최강으로 열어젖힌 '전성시대'

12년 동안 KS 진출 8회, 우승 5회…삼성 '2000년대 최고의 팀

굴곡의 세월을 걸어왔던 삼성 라이온즈. 2000년대 들어 5번의 우승 등 통산 6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삼성은 이제 명실상부한
굴곡의 세월을 걸어왔던 삼성 라이온즈. 2000년대 들어 5번의 우승 등 통산 6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삼성은 이제 명실상부한 '야구 명가(名家)'로 우뚝 섰다. 2012년 11월 1일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는 삼성 선수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갑작스런 사령탑 교체.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사장과 단장, 감독까지 구단 수뇌부가 전원 교체되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삼성은 당분간 '과도기'를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초보감독에게 '거함 삼성호'는 버거워 보였다. 2010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삼성에 2011년은 '잘해야 4위'라는 냉혹한 점수가 매겨졌다. 그러나 2011년 1월 5일 취임식장서 마이크를 잡은 류중일 감독은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준우승팀을 이어받았으니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으레 하는 인사말이려니 했다. 류 감독은 여기에 "호쾌하고 빠른 공격 야구를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전임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로 채워지지 않았던 팬 갈증을 정확히 읽고 파고든 준비된 말이었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마운드보다는 호쾌한 타격의 팀이었다. 그러나 김응용, 선동열 감독을 거치는 동안 공격적인 색깔은 상당 부분 탈색됐고, 상대적으로 마운드의 높이가 두드러진 팀으로 변했다.

특히 선 감독은 5회 이후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53연승을 거둬 불펜 야구의 절정을 보였다. 그러나 이기는 경기에만 전력을 집중하는 선택적인 경기운영은 무기력한 패배도 양산했다. 팬들은 9점을 내주더라도 10점을 얻고 이기는 옛 삼성 야구를 갈망하고 있었다.

4월 2일 광주 개막전. 삼성은 채태인의 만루홈런으로 처녀 출전에 첫 승리를 거머쥔 류 감독은 삼성에서만 선수, 코치로 활약한 경험을 살린 '소통의 야구'로 리그를 평정해갔다. 입단 후 삼성 유니폼만 입었던 류 감독은 최고의 타격 이론가 박영길'백인천, 최고의 투수 조련사 김성근'선동열, 최고의 승부사 김응용 등 10명의 감독을 모시며 그들이 갖춘 장점을 두루 흡수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찾았던 장점을 현장에 접목시켰다.

후반기 들어 독주체제를 굳히는 등 큰 위기 없이 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관록까지 보여준 류 감독은 부임 때 밝혔던 당찬 '우승'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다시 맞닥뜨린 SK와의 한국시리즈. 삼성은 2010년 4패라는 무기력한 패배를 4승1패의 달콤한 우승으로 되갚았다. 삼성의 5년 만의 왕좌 탈환. 그리고 그것은 프랜차이즈 감독이 처음으로 들어 올린 한국시리즈 우승컵이었다.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운 '소통'을 무기로 우려 섞인 '초보 딱지'를 '명장 훈장'으로 바꿔버린 쾌거이기도 했다.

류 감독은 전임 선 감독이 구축한 막강한 마운드의 힘을 이어갔지만, 그가 선언했던 팀 컬러에 변화를 주면서 발길을 돌렸던 야구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모았다. 2011년 정규시즌서 삼성은 37차례 역전승(1위)을 이끌며 5회 이후 승패가 확연히 갈렸던 삼성의 야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바꿔놨다. 뒷심이 강해진 삼성에 팬들은 끝까지 승리의 순간을 기다렸다.

야구장 앞은 다시 북적였다. 프로야구 첫 5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1995년 62만3천970명을 동원하며 정점을 찍었던 관중 수는 2011년 50만8천645명을 야구장으로 다시 불러모으며 1999년 이후 12년 만에 50만 명 돌파했다.

2012시즌 삼성은 투'타의 완벽한 조화를 바탕으로 2년 연속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늘 선두권에 머물렀던 팀 평균자책점에 반해 순위가 떨어졌던 팀 타율마저 1위로 올려놓으며 거둔 그야말로 최강자의 모습으로 우승이었다.

두 번의 우승을 보탠 삼성은 최근 10년 사이 5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2000년대 최고의 팀이 됐다.

삼성의 목표는 이제 1980년대를 이끌었던 '해태 왕조(KIA의 전신)'를 뛰어넘는 데 맞춰져 있다.

선동열이라는 불세출의 스타를 앞세운 해태는 1997년까지 총 9차례나 우승과 연을 맺었다. 1986~89년엔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해태 왕조'를 구축했다.

내로라하는 스타를 보유하고도 번번이 한국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하며 굴욕의 시간을 보냈던 삼성은 1985년 통합 우승 이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은 12년간 한국시리즈에 8번 올라 5번이나 우승했다. 특정팀이 이렇게 특정한 시기에 압도적인 성적을 낸 적은 1980년대 해태 말고는 없었다.

삼성은 2013시즌 해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한다. 류중일 감독은 "해태 왕조를 뛰어넘어 삼성 왕조를 쓰고 싶다"며 공공연히 다음 목표가 사상 첫 한국시리즈 5연패 이상임을 강조했다.

200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는 삼성은 이제 최고,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팀이 됐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