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6조 원의 예산을 증액하고 국채 발행을 통해 이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안이한 발상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먼저 내년 예산 감액과 차입을 통해 마련하되 안 되면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했지만 6조 원 증액의 현실적인 방법은 국채 발행뿐이다. 이렇게 새 정부 시작부터 빚을 내는 것은 향후 다른 공약 실천을 위해서도 빚을 내는 길을 터주는 것이 될 수 있다.
국채 발행은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한 약속과도 다르다. 새누리당은 5년간 131조 4천억 원 규모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세제 개편과 세입 확충, 복지 행정 개혁 등을 제시했다. 국채 발행 얘기는 전혀 없었다. 대선에서 이겼다고 이렇게 손바닥을 뒤집는 것은 한 번 한 약속은 어기지 않는다는 박 당선인의 평소 지론과도 맞지 않는다.
물론 내년 경기가 어려워 재정의 적극적인 경기 선도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의 공약 실천이 아니더라도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채 발행은 박 당선인이 약속대로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등 정부 살림에서 줄일 것은 최대한 줄이는 노력부터 한 다음 고려할 문제다. 남유럽 국가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재정 건전성은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채는 당장에는 국민의 저항 없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지금 힘들다고 빚을 내는 것은 우리 후대에 그 짐을 지우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우리가 더 많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그 방법은 증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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