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승기] 토요타 '벤자'…세단 승차감_SUV 기동력 갖춘 크로스 오버 차량

토요타가 지난달 국내에 선보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벤자'는 당초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모델이다. 그래서 전량 미국에서 생산된다. 그동안 미국에서만 판매되었던 벤자가 국내 시장에 상륙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때문이다. 관세 혜택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이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려는 토요타의 전략적 선택이 작용한 결과다.

◆스타일

전형적인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디자인을 보면 세단과 SUV, 승합차의 모습이 두루두루 섞여 있다. 앞부분을 보면 세단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하지만 중앙은 SUV, 차량 후미는 승합차의 모습을 띠고 있다. 디자인뿐 아니라 차의 형태도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충실히 따랐다. 높이는 세단과 정통 SUV, 길이와 폭은 SUV와 승합차의 중간쯤 된다. 기존 SUV에 비해 차체를 낮춘 덕분에 승차감은 좋아졌고 큰 덩치는 한결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좌석에 앉으면 넓고 편안하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다.

또 승합차에 버금갈 정도로 무거운 차체는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벤자를 보면 "준중형, 중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한 자동차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벤자가 특정 스타일에 속하지 않는 독특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내 디자인은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되었다. 다양한 조작 버튼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필요한 조작 버튼만 추려서 한 곳에 정리해 둔 인상을 준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 중간 공간인 센터페시아는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비게이션과 에어컨'히트 조작 버튼, 변속기어, 좌석 열선 버튼만 배치한 뒤 남은 여백을 모두 수납공간으로 꾸며 공간 효율성을 최대한 높였다.

이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 안락함을 더해 준다. 토요타는 운전석과 조수석 탑승자 모두 상대방보다 더 큰 공간(60%)을 점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이를 60:60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시승

코스는 황금네거리~신천대로~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왜관IC~4번 국도 칠곡~신천대로~황금네거리 구간으로 잡았다. 차에 오르자 육중한 무게감과 함께 넓은 실내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 차량에 비해 운전대 앞 공간도 1.5배 이상 넓었다. 시동을 걸자 짧은 마찰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엔진 소리가 잦아들면서 들리지 않았다. 정숙성도 좋았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는 균형이 잡혀 있었다. 너무 민감하지도 않고 너무 둔하지도 않아 운전자에게 안정적인 드라이빙 환경을 제공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풍부한 가속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마치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속도가 올라갔다.

고속도로에서는 최고 출력 272마력의 엔진이 충분한 힘을 발휘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차체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원하는 기동력을 보여줬다. 가속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자 이내 속도가 150㎞를 너머 180㎞까지 치고 올라갔다.

안정감도 뛰어났다. 차체가 크고 무거운데다 무게중심까지 낮춘 까닭에 코너를 돌 때도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육상 선수에 비교하면 벤자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단거리 선수라기보다 꾸준히 힘을 유지하며 달리는 장거리 선수에 가깝다.

SUV 엔진은 디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벤자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엔진 소음이 상당히 완화됐다. 급가속할 때 디젤 차량에서 흔히 들리는 거친 엔진 소리를 벤자에서는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연비 좋은 디젤 엔진 대신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까닭에 연비는 아쉽다. 3.5L 모델의 경우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이 보여주듯 공인 연비가 8.5㎞/ℓ에 불과하다. 가솔린 엔진으로 소음은 잡았지만 연비는 양보한 셈이다. 가격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3.5L 모델의 판매가는 5천200만원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토요타 차 중에서 가장 비싸다.

벤자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모아 놓은 차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모델이라 실내 공간이 넓어 쾌적한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또 넓은 적재공간과 실용성도 돋보인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파노라마 선루프, 메모리 시트 등이 기본 사양으로 들어 있다. 특히 주행 상황을 분석해 차의 불안정한 거동을 붙잡아주는 상시 4륜 구동(AWD)은 올해처럼 눈이 잦은 겨울철 진가를 발휘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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