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뽑힌 대통령에게 우리들의 희망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많은 약속을 했고 우리는 그 약속을 믿고 표를 던졌습니다.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만들어 낸 대통령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의 대통령이고 반드시 위대한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얼마 전 대선 후보자들은 선거전의 첫걸음을 국립묘지 참배로 시작하였지요.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는 행보인지 아니면 지하에서도 이 나라를 지켜볼 수많은 호국영령께도 간절한 지지를 기원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중 가장 간절했던 한 분이 우리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낸 대통령 당선자는 어김없이 국립묘지를 다시 찾아 감사의 향불을 사릅니다. 호국영령들께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내면 깊이 바라는 요구 사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가슴에 새겼을 것입니다.
전통사회에서는 가묘(家廟)를 두어 조상의 정신을 기리면서 자신과 집안의 번영을 다짐하였습니다. 지역사회도 향교를 중심으로 문묘를 지켜왔고, 국가적으로는 종묘를 존숭해 왔습니다. 나라 사랑과 사회공동체 정신을 결집하고 확대시켜 나가는 하나의 메커니즘이었습니다. 현대사회는 그것을 위한 별도의 제한된 공간이 없습니다만, 나는 국립묘지야말로 나라 사랑 실천의 완성점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알링턴국립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광활한 묘역은 케네디가 잠든 '꺼지지 않는 불꽃'을 비롯하여 수많은 전사자의 비석이 하얀 대리석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D. C에서 가까운 그곳은 지역주민들의 소풍지이고 담소를 나누며 볼거리를 즐기는 도심공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무시로 찾아드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나라 사랑을 체감하는 곳이지요. 그곳도 역시 다양한 영역의 사회지도자들이 때맞게 찾아와 추모와 함께 무엇인가 자기 다짐을 하고는 한답니다.
우리 지역에는 공원으로 잘 꾸며진 국립묘지가 있습니다. 영천에서 포항으로 28번 국도를 따라 10㎞ 지점에 있는 국립영천호국원이 그곳입니다. 호국봉 아래 널찍하게 자리 잡은 묘역과 군상부조의 비천상을 새긴 현충탑이 3만여 잠든 호국영령님들을 품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호국원을 찾은 방문객이 6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영천시 인구의 여섯 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참배하고 간 셈이지요. 그들 대다수가 보훈대상자나 유족과 오히려 무관한, 일반시민들이며 영천 이외의 거주자들이라고 하여 더욱 놀랐습니다.
일전에 나도 그 호국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자신의 부위(父位)를 6'25참전 군인 묘역에 모셨다는 지인과 동행하였습니다. 첫눈이 하얗게 덮인 묘역 위로 겨울 햇살이 반짝거렸습니다. 참배객들이 머물다 나간 자리에 드문드문 눈이 쓸려 있어 외롭지 않은 온기를 느낍니다.
표준화된 묘비명은 물론 비석에 새겨진 갈명(碣銘)이 매우 단순합니다. 어떤 글로도 표현되지 않았지만 빼어난 문체와 유려한 문장으로 다듬고 새긴 명문의 갈명보다도 호국 수훈자의 비석이 더 돋보입니다. 국립묘지에 모셔진 그것만으로도 천 마디의 찬사를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해를 넘기는 끝자락에서 나는, 우리 지역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영천호국원을 찾아 송구영신을 다진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나아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호국영령들 앞에서 스스로 나라 사랑의 목민관이요 공복이 되겠노라 서약한다면 참 좋은 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정직한 자기 살핌과 약속이 될 것으로 믿어지니까요.
국가보훈과 나라 사랑의 실천은 하나의 선상에 놓입니다. 그 양자의 선순환 관계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 아닐까요. 11년 나이테와 이야기를 담은 영천호국원은 이제 그 내부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새로운 인식이 조화롭게 결합하여 우리 모두에게 거리감 없이, 활짝 열린 공간으로 다가서게 되길 기대합니다.
더불어 호국의 불사신이 된 영령들에게 새로운 통치자와 함께 새해를 열어가는 나라의 국운을 세계로 웅비케 해 주십사 간절히 기원합니다. 도도하게 흐르는 호국정신의 태반 위에 우리가 더 높이 더 넓게, 더 정대하게 나아갈 기운을 달라고 말입니다.
김정식 담나누미스토리 텔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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