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경연 대상·외부 공연, 하모니카 불며 세상과 소통

대구 성보학교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장애를 딛고 끊임없는 도전 속에 자신감과 기량이 부쩍 자란 대구성보학교의
장애를 딛고 끊임없는 도전 속에 자신감과 기량이 부쩍 자란 대구성보학교의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대구성보학교 제공

'아름다운 선율 속에 장애를 잊어요.'

특수학교 학생들이 모여 하모니카를 함께 불면서 장애 극복 의지와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어 화제다.

대구성보학교 졸업생 1명과 재학생 9명으로 이뤄진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이 사연의 주인공. 2009년 지도교사 노봉남(45) 씨가 방과후활동으로 하모니카부를 만든 데서 시작, 어느새 외부에서 공연을 요청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노 교사 스스로도 연주단의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처음 아이들 손에 하모니카를 쥐여 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배우는 자세가 남다르더라고요."

장애라는 벽을 넘기 위해 학생들은 더욱 노력해야 했다. 매일 스스로 모여 2시간씩 연습에 열을 올렸다.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연습은 계속됐다. 서로의 실력 차이를 딛고 화음을 맞추기 위해 돕고 애쓰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졌다.

2010년 1월 대구 하모니카 오케스트라가 주관한 '제4회 소래모 정기 연주회'에 초대받은 것이 첫 외부 공연. 당시 막내였던 김모(13'지체장애 1급) 양이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기절하는 바람에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무대에선 관객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긴 했지만 별다른 실수 없이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이후 공연 초대가 이어졌고 경험이 쌓임에 따라 연주단의 기량도 부쩍 늘었다. 올 9월에는 대구미래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무지개예술축제 전국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노 교사는 연주단과 함께 세계무대를 누빌 날을 꿈꾼다. 그동안 학생들이 보여준 열정, 그에 따라 쑥쑥 자란 자신감과 실력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주단은 아이들이 세상 속으로 용감히 들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뜻에서 만든 동아리에요. 조심스레, 조용히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나눔과 따스함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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