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1980년대 공대도 아니고…."
'솔로 남성' 대첩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맞춰 기획된 대규모 즉석 만남 이벤트인 '솔로대첩'(본지 7일자 2면 보도)이 대구에서도 열렸지만 남성들만 북적댔다. 다행히 경찰이 우려한 절도나 성추행 등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24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광장에서 열린 대구 '솔로대첩'에는 2천 명 정도의 남녀가 참가했다. 애초 행사 주최 측은 5천 명 이상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기습 한파에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실제 참가자 수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대구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20대였다. 행사에 참가한 남녀들은 비닐 끈으로 만들어진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30m가 넘는 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남성들은 흰색 야광팔찌를, 여성들은 빨간색 야광팔찌와 호루라기를 지급받았다. 호루라기는 혹시나 있을 성추행 등 범죄에 대비한 호신용이었다.
오후 5시 10분이 되자 사회자가 개막을 선언하며 '솔로대첩' 행사가 시작됐다. 미팅 진행 방식은 남성 참가자가 여성 참가자에게 "커피 한 잔 하실래요?"라고 물었을 때 이성이 마음에 들면 "네, 좋아요"라고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 커피 좋아하지 않아요"라며 거절하는 방식이었다.
솔로대첩에서 커플이 된 이동규(20'대구 남구 대명동), 공한울(21'여'경북 김천시 신흥동) 씨는 "방금 만나 어떤 걸 할지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오늘 밤을 재미있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주최 측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60쌍의 커플이 탄생했고 공연이나 이벤트 도중 맺어진 커플까지 합치면 적어도 100쌍의 커플이 맺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상당수 남성 참가자들은 추위에 떨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변태원(31'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여성 참가자들의 수가 너무 적어서 웬만한 여성 참가자는 이미 커플로 맺어지고 없었다. 대부분 남성들이 강추위에 떨고만 갔다"며 아쉬워했다. 황태경(23'대구 수성구 신매동) 씨는 "남성 참가자들에게 파묻혀서 결국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참가자 수는 남성 참가자 수의 10분의 1가량이었다.
이 때문에 행사 진행 스태프들은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참여를 유도했고 일부 여성들은 스태프들의 손에 이끌려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솔이(23'여'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는 "어떤 행사인지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스태프들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행사를 주관한 업체 측은 "여성 참가자들이 신청한 수보다 많이 오지 않아 아쉽다"며 "다음해에는 여성 참가자들의 안전대책 강화 등 더 세심한 준비로 여성 참가자들도 편하게 참가할 수 있도록 보완해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행사 주최 측은 안전요원 등 300명의 도우미를 배치, 행사 전부터 만일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비하면서 절도나 성추행 등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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