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짝 수그린 '朴의 공신들'…짐 싸고 잠행·백의종군 선언

너무나도 조용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박의 공신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떠들썩했던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시절과는 매우 다르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당시엔 대선이 끝나자마자 대통령직 인수위 구성과 차기 정부 인선 등에서 자기 사람 심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었다. 이 과정에서 인수위 구성을 총괄했던 정두언 의원이 인수위 출범 한 달 만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밀려나는 권력 암투도 일어났다.

하지만 시곗바늘이 5년 뒤로 흐른 박 당선인 주위에는 대선 승리의 주역이었던 공신들이 대부분 떠나거나 물밑에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캠프 핵심일수록 박 당선인과 거리를 두려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선거기간에 큰 공을 세웠으니 인수위나 청와대에 한 자리 차지하지 않겠나라는 우스갯소리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또 요즘은 인수위의 '인'자만 꺼내도 고개를 흔드는 측근들이 많다"고 했다.

더 나아가 선거 직후 짐을 싸서 떠나거나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측근들도 잇따르고 있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학재 후보 비서실장은 임명직을 안 맡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안대희 정치개혁특위위원장 등도 일찌감치 캠프에서 짐을 싸서 떠났다. 최경환'유정복 의원, 권영세 전 의원 등 손꼽히는 측근들도 인수위 얘기만 나오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

당 안팎에서는 이런 측근들의 움직임을 두고 박근혜 당선인의 스타일에 따른 것이란 평가를 한다. 한 당직자는 "어려서부터 권력의 생리에 익숙한 박 당선인은 좌장 정치를 하지 않는다. 2인자를 만들지 않는다"며 "측근들도 중간 보스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자기 지분을 챙기는 행태를 극도로 경계하는 당선인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숨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같은 비밀주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24일 발표된 당선인의 비서실장, 대변인 첫 인사만 봐도 알고 있었던 사람이 극도로 제한적이었으며, 앞으로 인수위 구성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처럼 조용한 정권 인수가 나쁠 것도 없지만 지나친 비밀주의, 폐쇄주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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