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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산타들 쪽방촌 한파 녹였다…연탄 배달 나선 90여명의 대학생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모인 대학생들이 대구 서구 원대동 쪽방촌에서 홀몸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연탄배달 봉사에 나서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모인 대학생들이 대구 서구 원대동 쪽방촌에서 홀몸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연탄배달 봉사에 나서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솔로대첩이요? 이웃돕기 연탄 배달 봉사가 먼저죠."

24일 오전 대구 서구 원대동 주민센터 앞. 서로의 얼굴도 소속도 모르는 9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벤처업체가 이날 연탄 나눔 행사를 후원하면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연탄 배달부들.

이날 연탄배달 봉사는 '메이커스'라는 회사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공지한 지 3일 만에 신청자 100명이 몰려 일찌감치 지원이 마감됐다.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대구경북본부(이하 연탄나눔대경본부)는 메이커스와 서구 내 단체들이 낸 후원금으로 18가구에 전달할 5천400장의 연탄을 마련했다. 연탄나눔대경본부는 집집마다 신속한 전달을 위해 300장의 연탄을 골목 입구에 미리 쌓아뒀다. 4개 조로 나눈 대학생들은 대문 안쪽부터 골목까지 일렬로 늘어서 손에서 손으로 부지런히 연탄을 날랐다.

송이(20'여'경남 거제시)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봉사할 기회를 얻게 됐다"며 "몇몇 친구들은 단체미팅 행사인 '솔로대첩'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연애보다 더 뜻깊은 사랑을 실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불과 10분 만에 대문 앞 골목에 쌓인 연탄 더미가 바닥을 드러냈다. 굽힌 허리를 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연탄 300장이 집 안으로 옮겨졌다. 참가자들은 영하 3℃의 강추위에도 쉴 새 없이 구슬땀을 흘렸지만 닦을 겨를도 없이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두 번째 집부터는 요령이 늘었다. 세 명의 친구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힘이 많이 드는 연탄을 들어 올리는 첫 주자가 됐다. 연탄 더미가 줄어들 때마다 간격을 조정하고 힘에 부칠 때면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독려했다. 배성열(21'칠곡군) 씨는 "친한 형이 연탄 전달 봉사활동 소식을 전해줘 중'고교 친구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러 가자고 했다"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친구들과 색다르게 보내면서 추억을 만들게 돼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도형(21'칠곡군) 씨도 "젊을 때 남는 힘을 아껴두면 뭐하겠냐"며 "봉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은 노력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희망이 된다"고 했다.

연탄을 받은 주민들도 손자'손녀뻘 되는 학생들의 노력 봉사에 감사해 했다. 김분한(83'여'대구 서구 원대동) 씨는 "보살피는 이 없는 이웃인데 얼어 죽지 말라고 이렇게 챙겨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연탄나눔대경본부 심미진 본부장은 "올해 연탄을 100만 장 배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성금이나 후원이 줄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다른 분야에 전해져 봉사'나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숙 원대동장은 "각지에서 생활이 어려운 주민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 준 것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고마워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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