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미제라블이 개봉해 극장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연출자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감독인 톰 후퍼라는 이름이 할리우드에 떠오른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전 개봉작인 '킹스 스피치'는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영화다.
그가 연출한 영화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역사물이나 뮤지컬이라는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캐릭터에 굉장한 밀도로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주인공들은 마치 우리 옆에 사는 누군가처럼 보인다.
레미제라블에서 성공한 이후의 장발장은 부유한 사업가가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큰아버지나 삼촌 같고 심지어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는 국왕이 아니라 어눌해 보이는 옆집 아저씨 같다.
이러한 그의 연출은 스포츠 영화인 '댐드 유나이티드'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국 축구 역사상 손꼽히는 감독인 '브라이언 크러프'의 전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축구클럽의 성공 가도를 만들어낸 빛나는 스타 감독이 아니라 팀과 자신의 승리를 열망하는 젊은 영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주인공의 목표를 방해하는 적대자들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는 장발장의 인생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자신의 사명감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킹스 스피치에서 주인공의 장애물로 설정된 말을 더듬는 증세 역시 주인공의 인생을 방해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왕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그의 내면 자체이기도 하다. 댐드 유나이티드에서 악역으로 설정된 '돈 레비' 감독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브라이언 크러프의 적대자인 동시에 지금도 유행어가 되어 있는 '리즈' 시절을 이끈 리즈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이다.
톰 후퍼는 주인공을 승리자로 만들기 위해 돈 레비를 적대자로 설정했지만, 주인공이 적대자에게 원래 가지고 있던 존경심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으며 두 사람의 설전은 마치 현대축구에서 퍼거슨과 무리뉴의 설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유럽 축구에 관심이 있는 팬들은 알겠지만 사실 이 둘은 서로 아끼며 경기 후에는 포도주를 한 잔씩 하기도 한다.
이처럼 톰 후퍼는 관객들이 관심이 있을 만한 사건과 역사를 이야기에 가져오는 재주도 있지만, 눈앞에 전시된 '사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때로는 역동적으로 때로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충실히 담기 위해 집중하는 감독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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