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박 당선인에게 바란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것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통합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이념, 계층, 세대 간 갈등 못지않게 수도권-비수도권 지역 간 극심한 격차에 따른 갈등의 골이 깊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지 않으면 통합은 물론, 경제 민주화와 복지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지역 균형발전과 대탕평 인사로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모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국민대통합이 가능하다며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정 운영을 바꾸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획기적인 지방분권의 실현이 박 당선인의 약속이자 시대적 소명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다.

그동안의 지방분권 정책은 지방의 우는 아이에게 사탕 하나씩 나눠 주는 '시혜적 분권'으로 일관돼 왔으며, 이마저도 흉내 내기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법률적 차원에서 추진되어 온 지방분권 정책은 강고한 중앙집권 체제를 지방분권 체제로 전환시키는 동력을 창출하지도 못했다. 대선 시기, 지역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한목소리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주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박 당선인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과단성 있게 추진해 나감으로써 모든 지역민이 행복한 국민대통합시대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래와 같이 주문한다.

첫째 선거 과정에서 천명한 지방분권 공약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당선인은 그동안 지역 시민사회'학계'지방자치단체가 강력히 주장해 온 기초지자체의 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폐지, 행정 권한의 획기적인 지방 이양, 지방 자주 재원 확충, 지방대학 발전 사업 추진 등을 분명히 밝혔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폐지는 중앙정치에 예속돼 식물 상태로 전락한 지방자치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 또한 지방의 자립적 발전을 위한 지방세 확대와 권한 이양, 지역 인재의 역외 유출 방지를 위한 지방대 육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방분권의 핵심 과제이므로 하루빨리 시행하여야 한다.

둘째,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 강화, 근린주민자치 중심의 지방행정 체제 개편,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 기구 설립 등의 실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천명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은 박 당선인이 약속한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여는 토대이며, 지방분권 개혁을 보다 철저히 하기 위한 선결 과제이다. 참여민주주의와 풀뿌리민주주의의 확대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복지와 일자리 등 민생 문제 해결과 직결돼 있는 지방분권 개헌을 임기 내 반드시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조만간 구성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방분권 관련 인사를 대폭 기용하고, 지방분권 정책들을 인수위의 핵심 국정 과제로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성공적 국정 운영은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에 달려 있고, 그 6개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2개월에 가까운 인수위의 활동이다. 인수위 구성에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포함하는 지역발전분과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인수위 구성과 운영에서부터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 의지를 보임으로써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이라는 당선인의 대국민 약속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넷째, 차기 정부의 국정 방향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구성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해야 한다. 당선인과 당선인 측근들이 정보를 차단하면서 인수위를 구성할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광범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구성해 나가는 것이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하나의 국민이 아니다. 지역, 계층, 세대, 소득에 따라 갈가리 찢겨 있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국민행복시대'가 특정 지역만을 위한 시대가 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의 역량을 모아나가야 한다.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한 말이 있다. "100% 대한민국을 위해 100%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고 했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러한 당선인의 의지가 인수위 구성에 반영되기를 지방 차별에 설움당하는 지방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기대한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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