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선인에 부담 안되게…친박 '공신'들 몸조심

박근혜 당선인을 청와대로 이끈 원동력이 됐던 대구경북 친박 인사들은 요즘 의도적으로 '무(無)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당선인의 측근일수록 더 하다. 일부에서는 공무원보다 더 '복지부동' 자세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박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경산청도)은 지난 10월 초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직후 줄곧 지역구에 내려가 지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지역구에 머물며 선거운동에만 전념했던 최 의원은 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도 공식일정이 없으면 상경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인수위 실무진 인선 등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그는 "내가 잘 모르는 일이 기사화되는데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저는 대선 선거운동 전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선거운동 기간에는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구에 머물면서 지역을 누빈 것밖에 없다. 지금도 지방에 가족과 함께 와 있다"고 자신의 이름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다.

'박근혜 노믹스'의 한 축으로 대선정국에서 '원내 전략'을 진두지휘하며 그동안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경제민주화'를 두고 날선 비판의 말을 서슴지 않았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도 요즘은 자신의 할 일만 묵묵히 하고 있다.

다른 대구경북 친박 핵심들도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역할을 맡아 물밑에서 움직였던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대구 동을)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두고 최전선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담당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던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대구 북을)도 요즘은 지역구와 상임위원장 사무실에만 있는 시간이 전부다.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게 이유다.

대선 당시 박 캠프 중앙위 의장으로 활약했던 김태환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구미을) 역시 국회 공식일정 외엔 지역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선거 초반 '안철수 저격수' 역할에다 클린선거본부장까지 맡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검증의 선두에 섰던 조원진 당 전략기획본부장(대구 달서병)도 당선인 곁을 떠난 지 오래다.

한 여권 인사는 "박 당선인을 청와대로 이끈 일등공신이 '대구경북'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TK 친박 핵심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는 자기 지분을 챙기는 행태를 극도로 경계하는 당선인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숨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친박들 사이에서는 박 당선인이 너무 대탕평을 외치며 오히려 선거운동 기간 열심히 뛰었던 공신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실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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