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예산'에 발목 잡힌 새해 예산안

국채발행-부자증세 대립, 예결·기재위 여야 합의 불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민생 공약 추진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안 6조원 증액 문제를 두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여야가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정한 28일 본회의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6조원의 예산을 증액하고 이를 위해 '국채 추가 발행'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주통합당은 국채 발행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부자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지막 날인 31일이 돼서야 예산안이 확정될 공산이 큰 것이다.

여야는 2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와 기획재정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또다시 합의에 실패했다. 박근혜 예산 반영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다루는 기재위는 이날 증세 방법을 놓고 협의에 돌입했지만 여야 간 팽팽한 시각차만 확인한 것.

새누리당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고 과세 대상을 넓히는 간접증세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억대 연봉자들의 연말정산 공제총액을 2천500만원 한도로 제한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최저한세율을 35%에서 45%로 높이는 방안이다. 또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은 14%에서 16%로 2%포인트 높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액은 4천만원에서 2천500만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부자증세'로 재원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를 현행 3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법인세 역시 과표 5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자는 것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도 2천만원까지 더 낮추자고 요구했다.

기재위는 이날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세제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회의 자체가 파행됐다.

예결특위도 양당 간사 협의를 매일 진행하고 있지만 기재위의 세제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논의 자체가 발목이 묶였다.

예결위는 현재까지 정부 예산안에서 약 3조3천억원을 삭감한 상태로 '박근혜 예산 6조원'의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국채 발행 여부가 쟁점이다. 새누리당 소속 예결위원인 나성린 의원은 "6조원은 대부분 민생복지 예산으로 가능한 한 국채발행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면서 "예산 삭감액을 3조3천억원에서 더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은 기재위의 논의가 지연되더라도 예산안 처리를 무한정 늦출 수 없는 만큼 예결위 차원에서라도 심사 속도를 내야 한다고 야당에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재위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민주당 예결위원인 안민석 의원은 "새누리당이 '박근혜표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채발행까지 생각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나아가 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가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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