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 공연 관람

작품 감상평 '뒤풀이' 부모자녀 이야기 꽃 활짝

연말연시. 그 어느 해고 힘들지 않은 때가 없었다지만 올 한 해 또한 힘들었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마음은 더 각별하다. 한 해를 정리하는 즈음 어떤 것으로 마무리할까. 가족과 함께 영화나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 관람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린, 뮤지컬 관람해요"

설홍수(40'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 가족은 이달 22일 토요일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관람했다. 평소에도 음악과 영화 관람 등 문화활동을 자주 하는 편인 설 씨 가족은 연말을 맞아 조금은 무리해 티켓을 구입했다. "애들이 뮤지컬을 좋아해요. 관람 뒤 감상평을 얘기하는 등 뒤풀이도 합니다. 맘에 들면 DVD나 CD를 사서 다시 듣기도 한다"고 했다. 설 씨는 "레미제라블이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고 무거운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보니 이해하는 눈치였다"고 했다.

이번 뮤지컬 관람 기획은 부인 김혜정(39) 씨가 주도했다. 티켓을 할인해 준비하고 레미제라블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구해 읽고 영화를 관람하는 등 노력을 했다. "가족 모두 공연 관람을 좋아하는 등 취미가 같아요. 그래서 오페라나 뮤지컬, 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식구끼리 같이 취미를 즐기는 것이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레미제라블 관람 후 딸 주은(10) 양은 장발장이 잘한 것 같다고 했으나, 아들 동윤(12) 군은 "예쁘기도 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에포닉과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가 잘한 것 같다"며 제법 평론가다운 평으로 맞섰다. 주은 양은 연말을 맞아 가족끼리 이런 공연도 관람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설 씨는 "해가 저물기 전 재미있는 뮤지컬로 가족에게 좋은 추억거리와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의무를 다한 것처럼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창수(48'남구 대명동) 씨 가족 역시 15일 뮤지컬 '데자뷰'를 관람했다. 박 씨는 엔지니어로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 음악 등에 대해 별 취미가 없다. 기껏해야 1년에 영화 한두 편 관람하는 정도다.

처음 보는 뮤지컬은 지겨웠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공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역에 있는 팔공산 부인사와 초조대장경이라는 역사적 소재와 인간의 욕망과 사랑이라는 주제 때문인지 재미가 있었다. 데자뷰가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호평을 받았던 수작이었던 것도 한몫했다.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어요. 극적인 요소와 음악이 어우러져 재미도 있었고, 음악도 신났어요. 딸 서연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여태 왜 함께하지 않았는지 후회된다"고 했다. 박 씨도 식구들에게 뭔가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부인 김순희(45) 씨는 "사는 것이 여의치 않아 문화활동을 거의 못하고 살았는데. 아는 지인으로부터 티켓을 얻어 관람했는데 식구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고 했다.

서연(15) 양은 평소 보고 싶은 뮤지컬 공연을 부모와 함께 봐 신났다고 했다. "너무너무 좋았어요.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박 씨는 "매년 연말 회사 동료와 학교 동창들과 술 마시며 즐길 줄 알았지 식구들을 잘 챙기지 않았다"면서 "식구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 알았으니 내년 연말이나 특별한 날에는 이런 시간을 자주 갖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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