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의 힘

교육·유희·치유·사회적 기능…개인의 삶을 바꿀 수도

연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연극이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 시간을 활용하게 해주는 문화적 혹은 오락적 기능을 할 뿐이라고 믿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연극의 힘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극의 오랜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런 생각들은 참 어리석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은 그야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연극의 기능들 중에서 연극사에서 말하는 연극의 '제의적 기능'은 연극의 발생과 관련된 이론이다. 즉 인간의 의지로 극복이 불가능한 자연현상 등에 두려움을 느끼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인간의 행위가 연극의 발생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생존을 위한 인간의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사냥 방법 등을 가르쳐 주는 것도 연극의 주요 기능이자 역할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연극의 '교육적 기능'인 셈이다. 물론 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예술의 발생과도 관련이 깊은 연극의 '유희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며 널리 관심을 받고 있는 연극의 주요 기능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힐링, 즉 '치유의 기능'이다. 예술 치료의 개념이 정립되고 그 영역이 조명받으면서 '연극치료'도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여러 예술 치료의 영역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그 기능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대부분 교육이나 유희 등 다른 기능들과 혼재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러 기능 중에서 어느 하나에 한정된 독립된 기능의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러 가지 기능들이 뒤섞여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나 국가 등 모든 요소를 떠나 독립적으로 주목을 받는 연극의 기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연극의 '사회적 기능'이다. 이는 연극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작가나 연출가가 작품에 담고자 하는 이야기나 주제는 당연히 그 시대의 사회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가 특정 국가나 시대 등을 떠나 여전히 유효한 작품이 결국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극의 사회적 기능은 연극의 가장 중요한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의 기능이라고 하는 개념은 연극의 역할로도 설명할 수 있다. 연극의 힘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연극이 위와 같은 여러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법한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연극은 그에 걸맞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극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통해 연극을 접해 본 사람들은 결국 연극의 힘을 접해 본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는 연극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 논쟁할 수는 있지만 존재 여부를 두고는 논쟁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어떤 힘이든 그 힘에는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연극의 힘 또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힘이 있는 만큼 책무도 있다. 앞서 말한 연극의 여러 기능 중에서 사회적기능에 그러한 사실이 잘 드러난다. 연극은 사회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누구 하나 동의할 수 없는 주제나 어떤 사회상도 반영되지 않은 작품이 있다면 그 연극은 모두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이 인간의 이야기를 담지 않을 수 없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얽힌 사회의 이야기를 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연극에 반영되는 사회상이란 것은 때로는 직접적이고 때로는 간접적이다. 하지만 모두 인간의 삶과 인간의 사회와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어떤 작품이 완벽하게 인간과 그 사회상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 연극이야말로 오히려 주목할 만한 문제작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연극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영화가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인간을 유혹하는 예술이라면 연극은 묵직한 직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정면승부를 거는 예술이다. 어쩌면 단 한 편의 연극이 여러분의 삶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연극의 힘이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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