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음식 이야기] 장류(1)

콩만 쓰는 전통 메주, 중국·일본과 달리 단맛 없어

우리 조상들은 여러 가지 장류(醬類)를 갖추어 음식의 간과 맛을 내는 밑 재료로 사용하여 왔다.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장류와 함께 저채류(김치류), 해류(젓갈류), 식초류 등과 함께 4대 발효 음식류를 정착시켰다. 특히 백미를 주식으로 이어온 탓에 여러 종류의 장이 발달됐다.

대표적인 장류로는 간장 위주의 장과 함께 된장'건장(乾醬)'전국장(청국장)'즙장(汁醬)'어장(漁場)'육장(肉醬) 등이 손꼽힌다. 또 중국에서 영향을 받아 생황장(笙黃醬)'숙황장(熟黃醬)'면장(麵醬)'대맥장(大麥醬)'소두장(小豆醬)'청태장(靑太醬) 등도 유입, 우리나라에 토착화됐다. 고추가 들어오면서 초장'고추장이란 새로운 개념의 장류도 만들어졌다. 이 중 상용 장류로 자리를 굳혀 왔던 것은 바로 간장'된장'고추장이었으며 음식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그 용도를 선택적으로 잘 활용해 오고 있다.

햇간장은 국이나 찌개, 전골 등 맑은 장국에 쓰였고 묵은 간장은 진간장이라 하여 나물무침, 조림, 불고기 등의 맛을 내는데 사용했다. 고추장의 경우 맛있는 음식의 조리에는 햇고추장을 썼고 묵은 고추장은 장아찌의 용도로 활용됐다. 묵은 된장은 된장찌개의 밑맛으로 알맞고 햇된장은 쌈된장으로 구분하여 사용됐다.

음식 맛을 내는 데만 이용되었던 것은 아니고 김치와 만나면 '장김치', 어육류를 만나면 '장조림', 채소류와 만나면 '장아찌', 떡과 만나면 '장떡'으로 거듭났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맛은 장류가 지배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장맛은 동북아 장류 문화권 중에도 독특한 경지를 개척하여 왔다. 메주의 재료는 오로지 콩이고 덩어리로 발효시켜 장을 만들어 낸다.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며 깊은 맛'이 매력이다. 중국의 메주인 시류는 황두(黃豆)와 소맥(밀)을 원료로 하여 만들고, 일본 역시 대두(大豆)와 쌀로 장국을 구성하기 때문에 콩만으로 메주를 만드는 우리나라의 장과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콩만으로 만든 우리나라의 장맛이 구수하고 감칠맛이 난다면 중국, 일본의 장맛은 전분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단맛과 감칠맛이 난다.

장류는 음식의 맛을 뒷받침하여 온 것 외에도 오랫동안 농경사회를 이어온 우리민족의 육류를 대신한 단백질의 급원으로 건강을 지켜온 발효음식이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장류의 원천이 되는 콩에 대해 언급하기를 '위와 장을 덥게 하고 오래 먹으면 체중이 는다'고 했고 조선중엽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곡식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그 중 콩의 힘이 가장 크다'고 했다.

콩은 단백질 자원으로 오랫동안 우리의 몸을 살찌게 하여 왔거니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콩으로부터 만들어진 간장'된장류는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유효성분들이 만들어지고 영양 차원을 뛰어 넘어 생리활성 내지 생리조절 기능을 가진 여러 기능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들이 밝혀지고 있다.

현대에서 간장'된장류의 효능을 밝힌 것을 언급해 보자면, 항암 효능을 비롯하여 활성산소 소거 작용, 혈압 강하 작용, 동맥경화 억제 작용, 혈전 용해 작용, 면역 증강 효과, 혈당치 강하 작용, 골다공증 예방 효과 등으로 알려져 있는 기능성 물질들이 밝혀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추장에는 항균 작용을 비롯해 항변이원성, 체지방 축적 억제 기능, 항산화 작용, 진통 작용, 항스트레스 작용, 발한 작용 등의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