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딴 세상이다. 마치 태양이 이글거리는 사막처럼 한겨울에도 온몸이 땀범벅이다. 1천600℃가 넘는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일하는 사람들. 시뻘건 쇳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시사철 땀을 비오듯 쏟아내는 사람들이다.
"바깥 세상은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절이 있지만 여기는 연중 여름 한 계절만 존재합니다."
용광로(鎔鑛爐)는 높은 온도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가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 중 가장 험난하면서도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서가 바로 용광로 바로 곁에서 근무하는 제선부 직원들이다. 사시사철 두툼한 장비를 착용하고 시뻘건 쇳물의 생산 현장을 관리하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산업역군'이라는 명예로운 훈장의 표시다. 제선부 직원 강충모(31) 씨는 "쇳물이 나오는 출선 작업 때는 주위 온도가 300도가 넘는다"며 "방열복을 착용해도 온몸에 느껴지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주말, 제1고로(용광로) 제선부 직원들은 뜨거운 용광로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근무하고 있었다. 그 현장은 특수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에 그 열기도 용광로만큼이나 뜨겁다.
포항제철소 박희수 고로 운전 담당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지 못하는 엄격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기초소재인 철을 생산해 낸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한다.
용광로에 들어간 철광석이 쇳물이 되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보통 23시간이 걸린다. 제선부 직원들은 용광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것을 임신부가 아이를 낳는 것에 비유한다. 즉, 용광로가 23시간이라는 산통을 겪고 쇳물이라는 갓난아기를 출산한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영특한 아이를 낳기 위해 건강을 돌보고 태아 교육을 하는 것처럼 이곳 직원들도 애틋하게 고로를 보살피며 열과 성을 다하여 용광로 내부를 보살핀다.
그래도 여름보다는 겨울이 근무하기가 좀 낫다고 한다. 제선부 직원들에게 얼음과 수박 화채는 여름철 필수품이다. 흘린 땀방울만큼 수분을 채워줘야하기 때문이다. 현장 근무자들은 수시로 얼음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들은 "우리에게 겨울은 오히려 고마운 계절이지요. 영하의 추운 날도 우리에게는 선선한 가을로 여겨질 뿐"이라고 말한다.
◆제1고로 현장 속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철강 산업의 메카이자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중 제1고로는 우리나라의 첫 현대식 용광로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발전, 그리고 포스코의 성장과 함께한 1고로는 살아있는 철강 역사다.
1고로는 내(內)용적 1천660㎥ 규모다, 최근의 5천㎥ 이상급 대형 고로 건설 추세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하지만 3대기(campaign life'고로에 불씨를 넣는 화입부터 쇳물 생산을 중단하기 위해 불을 끄는 종풍까지의 기간) 화입 후 20년(2012년 기준) 동안 안정적으로 조업을 수행하며 연일 약 4천t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최신 조업 기술의 도입으로 고로 한 대기가 짧게는 15년, 길게는 17년인 것을 고려하면 1고로는 매우 장수하고 있다. 2008년에는 1고로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월간 출선비(고로 단위 부피당 월 평균 쇳물 생산량)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포스코는 1973년 6월 8일 화입(고로에 불씨를 지피는 일)한 포항제철소 1고로의 경험을 토대로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10개의 용광로를 건설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제선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까지 개발할 수 있었다. 제선부 김진년 파트장은 "1고로는 우리나라가, 포스코가 처음으로 만든 고로라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역사적 상징물이라는 1고로의 특수성을 뛰어넘어 생산량이나 효율성에서도 단연 최고의 고로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고로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힘찬 파이팅 구호에 맞춰 1고로가 화답하듯 방금 생산한 쇳물을 탕도를 따라 힘차게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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