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경쟁력강화위원회가 대구테크노파크 전략기획단 산하에 구성된 것은 지난 2011년 10월, 각종 기관마다 무슨 무슨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대구 도시경쟁력강화위원회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언제까지 기한을 정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부담도 없고, 무슨 정책이나 사업 등을 결정하는 권한도 전혀 없다. 논의가 구태여 현실적일 필요도 없다. 다만, 논의의 초점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대구의 경쟁력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고, 대구시민들이 보람 차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방향은 의외로 쉽게 잡혔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도시(장기)발전계획이란 이름의 보고서들은 온통 어디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도로를 놓고, 택지를 개발하고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人)은 없고, 온통 물(物)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좋은 도시란 '1인당 GRDP가 가장 높은 도시'도 아니고,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도 아니다. 시민들이 도시를 사랑하고, 희망을 갖고 삶을 개척해가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바로 일반시민, 서민들이 꿈구는 '좋은 도시'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개발업자나 장사꾼, 정치꾼들에게 속아 '개발'이란 말에 잘못 현혹되었는지도 모른다는 반성도 나왔다.
11차례 회의와 워크숍을 거쳐 2012년 10월 22일 발표회를 가졌지만, 대구도시경쟁력강화위원회는 '끝'이 아니다. 정책모니터링 위원회로 전문가·시민의 풀(pool)이 더욱 확대되어 '시민이 행복한 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와 정책제언이 이어질 계획이고, 공론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시민적 관심이 깊어지면, 전 대구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타운미팅'으로까지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대구를 가꾸고 재창조하는 주체는 정치인도, 공무원도, 전문가도, 언론도 아닌 바로 대구시민이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imaeil.com에서는 그동안 대구 도시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나온 논의들을 ▷총론 ▷경제공간 ▷생활공간 ▷소통공간으로 나눠 4주간에 걸쳐 소개한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 대구'를 창조하기 위한 전 시민적 관심과 참여가 들불처럼 번질 수 있도록 하는 첫 '불쏘시개'인 셈이다.
▶왜, 도시경쟁력일까?
도시는 사람과 기업 간 네트워킹의 장(場)으로서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수행하며, 도시에 인구와 기업이 집중되어 정보와 지식 교류 등이 이루어지면서 집적의 이익이 발생하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부터 2009년 사이 도시화율이 40.7%에서 81.9%로 성장하며 실질 GDP는 16배가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도시화와 경제성장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세계화와 개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치열한 생존경쟁의 주체는 '국가'에서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도시경쟁력은 핵심 경쟁단위로 부상했다. 이처럼 도시경쟁력이 지역정책 수립의 핵심적인 가치로 부각되면서 글로벌 수준의 도시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대구의 도시경쟁력은 세계 113위(프라이스워터하우스, 2005), 세계 287위(중국사회과학원, 2007) 등으로 서울, 부산은 물론이고, 인천, 대전, 울산에도 뒤진다. 인구가 절반에 불과한 광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전략도 바뀌고 있다. 자원기반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를 거쳐 창조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반경제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지식-기술-감성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발전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생산하는 인적 자본이 도시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자산이며, 이와 함께 도시경제학(Citynomics) 관점에서 경제성, 문화성, 예술성, 친환경성 등이 복합적으로 평가되는 도시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창조경제에서 특히 문화·예술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구 재창조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은?
급변하는 시대환경과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단위로 움직이는 세계화 시대에서 도시경쟁력은 곧 도시의 생존 여부와 직결되며, 도시재생은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도크랜드 사례(=쇠퇴한 부두지역에서 금융 중심지로 탈바꿈함으로써 고용 기회 3배 증가, 입주기업 5배 증가)에서 보듯이 성공적인 도시재생은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등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사회적 특성을 고려한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단순 재개발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측면의 재생이 강조되면서 감성, 시민의 참여, 압축적·탄력적 공간 활용, 장기적·단계적 재생 등이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분야에서도 기업유치에 집중하는 단순하고 제한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지역 핵심자산을 육성하는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거 대기업 유치와 세금감면, 싼 값의 부지제공 위주의 인센티브 같은 단순하고 제한적인 방식에서 다양한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포괄적인 방식으로 대구의 산업전략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도시경쟁력강화위원회는 대구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3대 추진 전략으로 ▷도시경제 기반 강화를 통한 내생적 발전 지향 ▷도시 매력의 재발견과 시민의 삶의 가치 향상 ▷개방적인 도시문화 조성 및 세계적 수준의 시민의식 함양을 제안했다.
◆대구 도시경쟁력강화위원회 기획위원
▷권상구 이사(시간과 공간 연구소) ▷김희대 팀장(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미래전략팀장) ▷박성태 대구시의원 ▷박종화 경북대 교수(행정학과) ▷변세일 박사(국토연구원) ▷석민 기자(매일신문 뉴미디어부장) ▷윤진효 박사(대구경북과학기술원) ▷임충재 계명대 교수(게임·모바일콘텐츠학과) ▷탁훈식 디자인진흥실장(대구경북디자인센터) ▷김요한 산업정책팀장(대구테크노파크) ▷권효진 선임연구원(대구테크노파크) ▷김광일 연구원(대구테크노파크)
▶ ▶ 대구시민과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대구개방형기획플랫폼(idea.dria.or.kr)'에서 접수·공개하고 있습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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