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27일 찾은 대안교육의 터전 '마음이 자라는 학교'(대구시 북구 국우동). 2기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행사를 기념해 가수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을 부르는 교사의 목소리가 점점 떨려왔다. 지겨운 기색을 보이던 학생들도 차츰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그대로'로 끝을 맺은 교사의 노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옮긴 듯했다.
마지막으로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 껴안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계속 눈물을 쏟아내는 한 여학생에게 '왜 우느냐'며 핀잔을 주는 남학생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안은 채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학생들은 "방학 때 안 쉬어도 되니 다시 여기 오고 싶다"고 교사들을 졸랐다.
대구시교육청이 대구고등학교에 위탁운영을 맡긴 '마음이 자라는 학교'가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중학생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 주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정을 느끼지 못한 채 방황하던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사랑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
'마음이 자라는 학교'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공교육의 틀 안에서 도와주려는 프로그램. 7주 동안 수준에 맞춘 교과 학습과 밴드반, 자전거여행반, 네일아트반 등 동아리활동 외에도 봉사활동, 진로'직업 체험, 등산, 타악과 인권 교육 등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하는 수업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 정체성과 꿈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9~10월 학교 추천과 부모 동의를 받은 1기생 39명이 입교해 26명이 수료했고, 이번에 2기생 19명 중 16명이 과정을 마쳐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게 됐다.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았다.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고 교사의 관심에 짜증으로 답하거나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교사 5명과 청소년단체의 전문가인 계약제 교사 4명 등 지도교사 9명은 낙담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았다.
그렇게 7주가 지났고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아직 말투는 거칠었지만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을 줄도 알게 됐다. 툭 하면 싸움을 일삼던 A군은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했다. "옛날엔 개와 마찬가지였어요. 지나가는 사람을 물려 하고 시비를 걸었죠. 하지만 여기에 있다 보니 이젠 마음이 많이 순해진 것 같아요."
B양은 이곳 교사들이 인간적으로 존중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섭섭하지만 이제 새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죠. 이렇게 살면 후회밖에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엄마 마음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거예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힘들었을 교사들은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변태석 대표교사는 "이곳에 온 아이들은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고 사랑과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을 뿐 여느 학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며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 즐겁게 생활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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