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 남성은 "기부에 대한 상담을 받고 싶으니 모금회 직원이 사무실 근처 국밥집으로 잠시 나와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상담을 위해 국밥집으로 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흥철 사무처장은 식사를 하고 있는 수수한 차림의 한 60대 부부를 만났다.
박 처장은 이 남성이 올 1월 30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3천만원권 수표 2장, 4천만원권 수표 1장 등 모두 1억원을 기부하고 홀연히 사라진 익명의 기부자였음을 기억해냈다. 이 남성은 "지난번에는 아내 몰래 전달해서 아내에게 좀 미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같이 자리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의 부인은 "지난번에 '대구지역에 1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남성이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에 남편한테 말했는데, 남편이 '그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해서 그때 남편이 1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잠시 후 이 남성은 품 속에서 수표 한 장과 쪽지 한 장을 꺼내 박 처장에게 건넸다. 확인해보니 수표에는 1억2천376만원이라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지난번 기부한 1억원에 이어 모두 2억2천376만원을 기부하게 된 것. 쪽지에는 "소년소녀가정에 사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 처장은 이 남성에게 미리 챙겨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 책자를 보여주며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익명으로라도 가입해 달라"며 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생색내려고 기부하는 것은 아니니 가입하지는 않겠다"며 거절했다. 국밥을 다 먹은 부부는 박 처장에게 "소년소녀가정에 잘 사용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 훌쩍 자리를 떠났다.
박 처장은 "2회 연속으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는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드문 일"이라며 "기부를 위해 다시 찾아주신 것도 반갑고 고맙지만, 1억원이 넘는 액수에 또 한 번 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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