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가 신봉해온 '낙수(Trickle down) 효과'는 현실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입증된 바 없는 허구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에 따르면 1890년대에도 '말과 참새 이론'(말에게 귀리를 많이 먹이면 참새도 그 부스러기를 먹게 된다는 뜻)으로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낙수 효과는 '말과 참새 이론'에 그럴듯한 이론적 외양을 입힌 것으로, 적정 최고세율을 찾는 이론적 탐색이 도그마화된 것이다. 미국의 보수 경제학자 아서 래퍼가 워싱턴의 어느 식당에서 국회의원에게 설명할 때 종이가 없어서 냅킨에 그렸다는 그림, 이른바 '래퍼 곡선'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곡선의 의미는 최고 세율을 낮추면 단기적으로 재정수입이 감소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촉진해 재정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12월 13일 발표된 미 의회 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 65년간 미국의 부유층 최고세율과 경제성장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부유층 세율이 낮을수록 빈부격차도 심화됐다. 계량화에 의한 파급 효과 측정에서도 부자 감세는 바보 같은 생각임이 드러났다. 마크 잔디(Mark Zandi)라는 경제학자의 계산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의 감세조치를 영구화하면 0.23의 승수효과(1달러 지출에 23센트의 소득증대 효과)가 있지만 저소득층에 식품구매권을 줄 경우 승수효과는 그 7.5배인 1.73이나 됐다.('경제학의 배신,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결국 부자감세와 낙수 효과는 부자 감세와 소득 양극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인 것이다. 이는 그나마 점잖은 표현이다. 1992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로스 페로는 '정치적 부두(voodoo)교', 전 뉴질랜드 관광장관 데미언 오코너는 "빈자에 대한 부자들의 오줌 내갈기기"(the rich pissing the poor)라고 했다.
새해부터 부자들은 세금 때문에 배가 많이 아파질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고소득자 연말정산 세금감면 축소에다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를 들고 나왔다. 이것이 본격적인 부자증세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박근혜표' 복지를 실현하려면 부자들의 세금 혜택을 손보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되는 바는 분명하다. 부자들은 지금 몹시 불편하겠지만 "입헌국가에서 자유란 중세(重稅)에 대한 보상"이란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의 잠언을 되새겨보면 어느 정도 속풀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경훈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