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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케이블카 논쟁…"관광객 유치·약자들도 관람권" vs "문화·역사·생태 훼손 불

고상동 영진사이버대학 국제관광영어학과 교수
고상동 영진사이버대학 국제관광영어학과 교수
전영권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전영권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매일신문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갈등을 빚는 현안들에 대한 토론방을 마련합니다. 대표 주자를 내세워 주요 이슈에 대한 찬반양론을 게재하고 필요하면 여기에 대한 재반론도 실을 예정입니다.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합니다.

팔공산 갓바위에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간업자가 중심이 된 케이블카 설치 찬성론자들은 관광객 유치와 사회적약자 배려 측면에서 설치를 주장하고 있고, 반대 측은 팔공산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더욱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카 설치는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상황. 찬반 양측의 주장을 들어봤다.

◆고상동 영진사이버대학 국제관광영어학과 교수…찬성

▶ 케이블카가 필요한 이유

=매일신문이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대구의 자랑'을 조사한 결과 갓바위는 대구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재 중 하나에 올랐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연간 8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등산로 파괴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 이용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참배의 기회를 부여하려면 케이블카가 설치돼야 한다. 갓바위 케이블카는 국내에서 설치'운영되고 있는 대다수의 관광 전용 케이블카 개념이 아닌 목적지를 가기 위한 필수 교통수단이다.

▶ 어떻게 설치하려고 하는가?

=대구 동구 진인동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 설치하는 하부정류장은 주변과 어울어질 수 있는 시설물을 건축하고 조경하는 등 친환경 시설로 설치하면 된다.

중간 지주도 수목 훼손이나 동'식물의 이동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고 훼손 면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주를 2, 3곳만 설치해 환경생태계 훼손을 적게 해야 한다. 친환경공법으로 설치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자연공원법에 자연공원 내에 설치하는 건조물의 높이가 15m로 제한돼 있어 일각에서 우려하는 주위 경관을 해친다는 견해는 말이 안 된다.

정상 도착지점은 갓바위로 바로 연결하지 않고 갓바위에서 동봉 쪽으로 약 250m 떨어진 곳에 상부정류장을 설치하며 그 250m 구간은 노약자나 장애인을 배려해 휠체어나 유모차도 이동할 수 있는 수평이동 시설을 만든다.

▶ 자연 및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비된 이 외의 등산로는 심각할 정도로 훼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많은 참배객으로 인해 토사유출, 동'식물의 이동 차단 등 2, 3차 훼손까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케이블카 설치로 상'하부정류장과 중간지주가 설치되는 곳은 일부 훼손은 불가피하지만 헬기를 이용한 운반과 시공 방법에 따라 환경 훼손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상부정류장 설치 면적을 최소화하면서 친환경적인 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다.

▶ 문화재 보호 및 불교계 반대에 대한 대책은 있나?

=세계적으로 신성한 문화재인 갓바위를 관광 자원화한다는 데 대한 불교계의 거부감을 겸허히 수용한다. 하지만 불교문화자원으로서 엄청난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불교계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 태국의 불교사원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문화유산은 대다수가 관광 자원화돼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엄청나다. 갓바위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형'지질 및 토양, 경사 분석 등 여러 측면에서 사전 분석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검토해 나간다면 충분히 수용되리라 본다.

▶ 관광객 유치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200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에서 보듯이 케이블카 설치 자체만으로도 관광객 유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공원 전체 입장객의 급격한 증가 요인이 된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경우도 1980년 케이블카 설치 이후 연간 입장객이 1.7배 증가했고, 대둔산 국립공원은 1990년 케이블카 설치 이후 1991년 입장객이 전년 대비 2.3배 늘었다. 갓바위 케이블카는 동화사, 선본사, 은해사, 부인사, 파계사, 제2석굴암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화에 기여할 것이며 이로 인해 관광인프라 부족에 허덕이는 대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용창출 효과는 물론 대구의 브랜드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반대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

=단위 면적당 탐방객 수에 있어 세계 최고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탐방객 수가 연평균 865만 명(2009년 기준)이다.

그러나 약 264㎡(80여 평)에 불과한 갓바위 일대 기도처를 찾는 탐방객 수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어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세계 최고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기존의 등산로가 많은 탐방객들로 인해 훼손이 심각한 상태고, 갓바위로 오르는 길이 노약자나 장애인들에게는 쉽지 않으므로 특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논리가 케이블카 설치다.

하지만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주변의 몇몇 이해관계자는 재정적으로 득을 보겠지만 그것이 팔공산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과연 유용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지역민에게 팔공산의 의미는?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선 대구(동구, 북구)와 경북(경산시,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에 걸쳐 있는 팔공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세계적인 명산 팔공산의 수준에 비하면 그야말로 무지에 가깝다.

팔공산 공원면적(경북 관할인 팔공산도립공원 면적과 대구 관할인 팔공산자연공원 면적 포함)은 약 126.852㎢로 설악산국립공원 면적 398.237㎢보다는 작지만, 세계 최고 탐방객 수를 자랑하는 북한산국립공원 면적 79.916㎢의 1.6배에 달한다.

팔공산에는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즐비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갓바위는 그 자체로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지닌다. 팔공산 북사면의 군위군에 있는 전통마을 한밤마을과 남쪽사면에 위치한 대구시 동구 옻골마을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 밖에도 신라시대 이래 역대 왕들과의 인연을 맺어온 산으로 명품의 스토리가 넘쳐난다. 삼성현인 원효, 설총, 일연 등과 관련한 이야기, 고대 삼국을 통일한 신라 김유신 이야기, 퇴계 이황, 매월당 김시습, 추사 김정희 등 역대 왕조에 걸쳐 내로라하는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넘쳐 나는 곳이 팔공산이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이처럼 훌륭하고도 소중한 자원의 보고인 팔공산에 대해 우리는 여태 제대로 된 문헌연구나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디자인해 본 적이 없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니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단순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팔공산 위상에 걸맞은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다. 케이블카의 설치 여부를 떠나 팔공산의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비롯해 팔공산에 녹아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한 후에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팔공산 마스터플랜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나

=광주 무등산이 최근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참으로 부럽다. 광주시는 무등산의 면적을 전남 화순군과 담양군까지 넓히는 노력 끝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받았다. 팔공산은 대구와 경북에 걸쳐 있는 지리적 특성상 대구와 경북민의 상생 발전에 필요한 화합의 산으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대구와 경북이 하나가 되는 뿌리의 매개체로서 팔공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지금 더 이상의 난개발이나 시설물 설치는 팔공산을 팔공산답지 못하게 하는 행위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후에 종합관광개발계획을 수립,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는 미래 성장산업 동력원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사소한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담보해 낼 수 있는 큰 그릇으로 팔공산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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