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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얼룩말 '덜덜'…달성공원 동물원 '개점휴업'

3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 벵골호랑이들이 기록적인 한파에 몸을 움츠린 채 사육사가 준비한 난방 보일러 앞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 벵골호랑이들이 기록적인 한파에 몸을 움츠린 채 사육사가 준비한 난방 보일러 앞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동물들도 한파가 무서워요."

3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동 달성공원. 지난 주말 내린 눈이 연이은 한파로 녹지 않아 공원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날 내실 바깥으로 나온 동물들은 많지 않았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달성공원 동물원은 모두 77종류 446마리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얼룩말과 말, 너구리, 오소리 등은 전기 라디에이터를 켜 둔 내실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꽃사슴과 다마사슴 등 17마리는 바람막이에 몸을 피하거나 눈이 녹은 곳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었다.

'맹수의 왕' 호랑이와 사자도 동장군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열대 지방에서 온 벵골호랑이와 사자는 영하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10~15℃의 내실로 들어가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침팬지와 코끼리 같은 열대성 동물은 꼼짝없이 내실에 갇혀 겨울을 보내야 한다.

사육사 정덕채 씨는 "동물도 사람들처럼 차가운 바람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며 "예년과 달리 혹한이 몰아닥친 이번 겨울은 유독 내실에서 쉬는 동물들이 많다"고 했다.

동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동물원도 비상이 걸렸다. 동물들의 생활특성을 고려한 적정 온도를 맞추기 위해 바닥 보일러와 온풍기, 라디에이터 등 온갖 겨울용품을 동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유류비만 685만원. 하루 평균 11만원의 유류비가 나간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39만원보다 27.0% 증가한 금액이다.

내실로 숨어든 동물들 탓에 동물원을 찾은 시민들은 아쉽다. 모처럼 딸(7)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는 강나현(35'여'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TV에서 겨울에도 동물원에 동물들이 활동한다는 정보를 보고 동물원을 찾았는데 추운 날씨 때문인지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달성공원 동물원과 달리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열선이 깔린 온돌침대와 난방을 설치해 동물들이 야외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달성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예산 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동물원 이전을 앞두고 있어 새롭게 난방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다"며 "11월부터 2월까지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에는 내실로 동물들을 들여보내고 따뜻해지면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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