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경도 뛰어넘은 태극권 사랑 "오를레이∼"

스위스 처녀 바버라 게링 씨 작년 中서 태극권 수련 도중 열정에 반해…

태극권을 인연으로 해서 국경을 넘어 사랑을 꽃피우게 된 바버라 게링(오른쪽) 씨와 이재우 관장이 진씨태극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극권을 인연으로 해서 국경을 넘어 사랑을 꽃피우게 된 바버라 게링(오른쪽) 씨와 이재우 관장이 진씨태극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벽안의 스위스 처녀가 첫눈에 반한 한국남성을 찾아 지난달 23일 고향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대구를 찾았다. 주인공은 스위스 베른에서 고교 체육교사 겸 태극권을 지도하는 바버라 게링(Barbara Gehring'41) 씨로 그녀에게 무한 호감을 준 남성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소재 진씨태극권 개문팔극권 팔극무관대구 이재우(47) 관장.

"열심히 수련하던 모습과 진지한 태도, 열정적인 마음 등 그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들어 제가 먼저 호감을 표시하려고 대구에 온 것입니다."

바버라 씨가 본격적인 사랑의 불꽃을 점화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10월 중국 태극권의 발원지인 허난성(河南省) 천자거우(陳家溝) 소재 '진가구국제태극원'. 이곳에서 그녀는 열정과 혼신을 다해 수련하던 이 관장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부드러운 몸놀림, 음양의 조화로움에 균형감각을 갖춘 태극권은 영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평소에도 동양적인 것이 좋았고 특히 도가와 불가 철학에 관심이 많아 전생에 아시아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바버라 씨는 대구에 머문 지난 열흘간 특히 김밥과 비빔밥의 맛에 푹 빠졌고 김치의 알싸한 맛은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스위스에서도 빵보다 쌀을 즐겨 먹는다고 이 관장이 귀띔했다.

바버라 씨의 이 같은 대구방문에 대해 이 관장은 "운명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둘은 내성적인 성격이 닮았고 함께 태극권을 수련하는 취향도 같다"고 계면쩍게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은 태극권이 매개가 됐지만 지난 열흘 동안 감정 측면에서도 서로 마음을 확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로 태극권 입문 7년째인 바버라 씨와 13년째인 이 관장은 연내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로 했다. 바버라 씨도 "어머니가 이 관장을 무척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말했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오랜 시간이 없어도 곧장 꽃 피울 수 있는 감정의 연금술사'라고. 그래서일까. 헌칠한 키에 균형 잡힌 몸매의 두 사람은 정중동을 요체로 하는 태극권이 맺어준 인연처럼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 강렬한 사랑의 불꽃을 피우고 있었다.

고교시절 무술과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이 관장은 우연히 부산에서 현재 중국 태극권의 스승인 천빙(陳炳) 사부와 만난 이래 태극권 수련과 보급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태극권이 나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태극권 지도자로서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도 얻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바버라 씨는 4일 출국해 스위스 산자락에 고운 에델바이스가 필 무렵인 올 4월 베른을 방문할 이 관장과 다시 만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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