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기업 유치를 위한 조건

충남 아산시 탕정면은 2003년만 해도 평범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유치에 성공하면서 이 일대는 거대한 신도시로 변모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입주하면서 아산시 인구는 10년 사이에 10만 명 가까이 증가했고 신규 일자리도 4만 5천여 개나 생겨났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도 2009년 기준 6천303만원으로 도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굳이 아산시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대기업 유치로 인한 지역 경제의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 대선 때 지역 공약으로 '대기업 유치'를 건의했다. 이는 어찌 보면 대구 시민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이기도 하다. 대구의 1인당 GRDP는 19년째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대구가 국내 3대 도시라는 위상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경제계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구시는 몇 년 전부터 기업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 현대커민스나 현대IHL, SSLM 등 대기업 계열사 및 합작회사 유치에 성공해 기업 유치가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배가 고픈 것이 현실이다.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에 의한 대규모 투자가 실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대기업 유치는 난제 중의 난제다. 대기업들은 물류 등의 기업환경 때문에 수도권 인근에 공장을 지으려 하고 해외 진출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마다 대기업 유치를 최대 현안으로 꼽아 그야말로 전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권인 우리 지역에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자가 만난 상당수 경제계 인사는 대기업 유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또 하나의 패배주의다. 지레 대기업 유치가 안 된다고 포기한다면 우리 스스로 대기업 유치를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잠시 자문해보자. 대기업 유치를 바라는 만큼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중장기적으로 전략을 세웠는지 말이다. 대구시는 수십 년 동안 대기업 유치에 목을 맸지만 아직 이와 관련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플랜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아직 대기업 유치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부분을 지적한다. 이제부터라도 구체적인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대기업 유치를 위해 값싼 공장 용지는 기본이고 풍부한 인적 자원과 관련 기업들의 유무, 물류 기능 등을 꼽고 있다. 이에 더해 정치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다행히 대구는 대기업 유치를 위한 환경이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이야말로 대기업 유치를 위한 호기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조성에 들어간 대구국가산업단지(대구국가산단)는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대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의 자동차부품 클러스터가 조성된 성서산업단지와 연계할 수 있고 대구국가산단 옆에 건설 중인 지능형자동차시험장은 세계적인 최첨단 자동차의 시험장으로 손색없다.

여기에다 로봇산업클러스터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을 비롯한 다수 R&D 기관 등 대기업 유치를 위한 환경이 하나 둘 갖춰지고 있다.

앞으로 대기업 유치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도록 더욱 분발하는 한편 적극적인 정치적 지원을 이끌어내도록 정치권을 대상으로 꾸준한 설득 작업 또한 절실하다. 계사년은 대기업 유치를 위한 '출사표'를 던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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