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이니더!"
"한 마리예요?"
죽도시장 좌판에 열로 누운 오징어 열서넛 마리를 가리키며 할머니께서 부르시는 값이다.
알다시피 죽도시장은 부산의 자갈치 시장처럼 해산물이 풍부한 포항의 전통시장이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형산강 끝자락의 포구를 끼고 위치해 있다. 이곳에 이르면 금호강변을 따라 대구 시민들의 발목 아래 내달려온 낙동강도 바다와 만나기 전에 물결의 숨을 고르게 된다. 그리고 포항제철소의 연기와 함께 제 몸의 얼마쯤을 먼 동해의 바닷길 위에다 떠나보내기도 한다.
대개 문명의 흔적이 그러하듯이 대구시와 경북지역에 사는 우리 역시도 이 강물의 여행길을 따라서 생활의 현주소를 지키며 살아오고 있다. 그리하여 점점이 붙박인 우리네 주소들 사이로 오가는 발걸음들이 강을 따라 점점 이웃하여 우리는 도시를 이루어온 것이다. 한편 이제 한 때의 전쟁 포성도 저 강물 소리 아래 잠들어온 지 어느덧 60년이 훨씬 지났다. 그때로부터 우리는 저마다 내일의 상업을 셈하며 잠들었고 새벽 강이 하얗게 눈을 뜰 때 같이 깨어났다.
상류보다 먼저 깨어나는 강의 하구는 뱃머리 위에서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갈매기 떼의 날개 위로 아침마다 바다의 첫 은빛을 실어 나른다. 바다로부터의 이 빛은 새벽 바다의 어둠 속에 어부에게 만선의 집어등을 켜게 한다. 그리고 도시 속에 건축학도 아들에게는 늦도록 등을 밝히도록 하는 빛이다. 때로 이것은 먼 도시에서도 명절날 올려지는 고운 생선의 비늘 빛이 되기도 한다. 바다는 그래서 우리들의 삶에서 희망과 사랑 그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 본향적인 공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나는 생활이 피로해질 때마다 이 전통시장을 찾는다. 또한 이 저잣거리의 한 모서리에서 국밥집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친구가 산다는 것이 나에겐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대구시를 휘돌아온 낙동강도 제 여행을 쉬는 포구의 죽도시장에서 오늘도 나는 오랜 친구의 속과 같이 넉넉한 국물에 외로움의 허기를 말아 먹는다. 그리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나는 시장 좌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만원이니더!"
"한 마리예요?"
"아니, 전부 다 만원이니더!"
나는 한 장의 지폐로써 할머니의 좌판 위를 깨끗이 비우는 거래를 한다. 이렇게 하여 나는 나름대로 싱싱한 겨울 바다와의 값싼 통신비를 치르는 것이다.
장두현<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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