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대대적인 계열사 구조조정(본지 4일 자 14면 보도)에 나서자, 포항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포항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무리한 계열사 확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포스코 계열사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포스코가 대다수 계열사의 본사를 외지에 두고 활동하는 바람에 기초소재형 철강이 포항철강클러스터 내에서 중간재와 최종재로 연결되지 못해 포항경제에 큰 동력을 이끌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지난해 가을호 '포항경제리뷰'를 통해 포스코가 2000년부터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을 분리해 독립기업(자회사 및 손자회사)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포항이 아닌 외지에 본사를 두고 활동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70개 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포항에 기반을 둔 계열사는 20개에 불과하고, 이 중 철강클러스터 내에서 선순환이 가능한 계열사는 포스코엠텍, 피엔알, 포스코ICT, 포스코강판, 플랜트EST, 포스코건설, 포스코플랜텍, 포스에코하우징 등 8개사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포항에 본사를 둔 다른 계열사 역시 사회적 기업이 대부분인데다, 철강을 소비하고 이를 견인해 줄 계열사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보니 포항철강클러스터가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었다는 것.
◆지역 경제계 반응
한국은행 포항본부 김진홍 차장은 "포항철강공단 내 입주 업체들 가운데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포스코의 2차 밴더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와 외주 파트너사가 포스코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포항철강클러스터는 기능적으로 단일한 기업군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며 "포스코의 기침에 포항경제가 몸살을 앓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했다.
포항철강공단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계열사를 무리하게 70개까지 늘린 것이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왔고, 결국 2009년 계열사를 늘리기 전 수준(45개)으로 돌아갔다"며 "부채가 늘고 이자부담이 커진 포스코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부실 계열사 정리와 현금확보 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열사 구조조정이 포항 본사 기업을 외지로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포항시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가 포스코는 물론 포항시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2009년 이후 플랜트와 신소재 관련 회사를 인수하며 3년 동안 5조원을 퍼부었는데, 이 과정에서 부실한 자회사를 많이 떠안게 되면서 계열사 적자 규모가 3년 사이 6배나 늘어난 2천억원이 넘어서게 됐다. 포스코가 유통이나 주차, 보험보다는 철강을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체를 포항에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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