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겨울 낭만을 아는 자 눈 세상, 스키 세상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스키장 가겠지.'

연일 계속되는 한파가 오히려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진정한 겨울 레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이들을 더욱 기쁘게 하고 있다. 굳이 스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조금의 추위만 감수하면 스키장에서 진정한 겨울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하이원리조트를 찾았다. 이곳은 국내 스키장 중에서 최고의 설질(雪質)과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이용 고객만 86만 명. 3개월이 채 못 되는 스키장 개장 기간을 감안하면 하루 1만 명씩 찾은 셈이다.

매표소부터 남달랐다. 스키장 고객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매표소. 대부분의 스키장 매표소는 대기 행렬이 길게 이어져 이용객들의 원성을 산다. 하지만 하이원은 매표소 권종별, 외국인 전용, 환불전용, 안내전용 등으로 나눠 운영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짧다.

표를 사서 슬로프로 갔다. 스키 초보라 걱정이 됐지만 초보자 슬로프에 전문 스키 강사가 있다. 게다가 무료다. 1시간 정도 강습을 받으니 자신감이 생긴다. 초보자를 위한 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스키장은 초보자 슬로프를 혼잡스러운 스키베이스 쪽에 배치해 뒀지만 하이원은 정상 쪽에 배치해 탁 트인 주변 경관을 보면서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굳이 스키를 탈 필요도 없다. 곤돌라를 타고 이동하면서 상급 보더와 스키어들의 화려한 묘기를 감상할 수 있어서다.

실전에 돌입하기 위해 정상으로 향하는 곤돌라를 이용했다. 발밑에 펼쳐지는 설원이 자체로도 경이롭다. 초보자를 위한 ▷아테나Ⅰ ▷제우스Ⅰ, Ⅱ. 최정상에서 베이스까지 4.2㎞를 초급자도 질주할 수 있는 슬로프가 인상적이다. 22㎞에 이르는 20면의 슬로프와 10기의 곤돌라와 리프트 등을 갖추고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적어서 편리하다.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무아지경'에 빠진다. 겨울의 참맛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리조트 주변에는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운탄로를 연결한 평균 고도 1,000m 이상의 하늘길 하이원 트레킹 코스가 있다. 때마침 눈이 내려 '뽀드득' 소리가 설원을 달리는 것처럼 경쾌하다. 백두대간의 산맥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어 가족과 함께 트레킹하기 좋은 곳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마음껏 가슴속에 담아갈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행운도 잡을 수 있다. 리조트 곳곳에 설치된 홍보 부스에 응모권을 넣으면 매월 초 추첨을 통해 자동차, 노트북, 슬레이트PC, 하이원 숙박권 등을 제공한다. 선물만 터지는 것이 아니다. 불꽃도 펑펑 터진다. 매일 오후 8시 30분에는 강원랜드호텔 호수공원에서 겨울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불꽃놀이 행사가 펼쳐진다.

◆욕망으로 꿈틀거리는 강원랜드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어둠이 깔리자 낮에 보았던 장면과는 다르게 화려한 불빛이 스키장과 강원랜드 전체를 수놓는다. 특히 알록달록한 조명에 감싸인 강원랜드 건물이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에피소드로 인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하겠구나'.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입구에서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신분증 및 소지품 검사와 음주측정을 한다. 카지노 안은 영화에서 보는 카지노의 모습과는 생판 다르다. 주말이라 그런지 인산인해.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다. 카지노 내의 인원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전광판에 쓰인 숫자는 5천 명을 넘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어리둥절해진다. 일단 가볍게 제공되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리를 둘러보니 다소 긴장이 풀린다.

먼저 초보자들이 많이 한다는 '다이사이' 게임에 도전했다. 주사위로 하는 놀이인데다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몇 번 하지 않았는데 '8배'가 당첨됐다. 은근히 대박을 향한 욕심이 생겨났다. 그런데 베팅 금액이 한정돼 있어 성이 차지 않는다. '초반 끗발…'.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스란히 반납을 해야 했다.

이곳의 대표 게임인 슬롯머신에 도전했다. '2만원으로 몇 억원을 벌었다'는 한 손님의 이야기가 욕망에 부채질을 한다.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나지 않는다. 2시간을 넘게 기다렸지만 빈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결국 '대박의 꿈'은 한겨울 밤의 꿈으로 그치고 말았다. 밤이 깊어 숙소로 향했다. 입장료(5천원)만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그냥 구경만 하고 가시는 게 돈 버시는 겁니다"라는 어느 노 신사의 말이 그나마 위안이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쯤 달리다 남제천IC에서 내려 38번 국도를 이용해 영월로 방향을 잡는다. 1시간쯤 달리면 강원랜드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고한 쪽으로 방향을 틀면 하이원리조트가 나타난다. 겨울철에는 도로 사정이 안 좋을 수 있어 스노체인을 준비하거나 스노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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