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 음식의 하나인 닭백숙. 양념 없이 끓이거나 삶는 요리라는 뜻의 백숙은 삼계탕과 비슷하지만 들어가는 재료엔 차이가 있다. 삼계탕은 인삼과 밤, 대추 등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드는 것에 비해 백숙은 물과 마늘 등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훨씬 간단한 요리이다. 그래서 담백하고 닭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2동 대구MBC 옆, 범어타워 바로 뒤편 토종닭 전문점 '백자'에 들어서면 벽면에 닭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다. 산속에서 무리지어 노니는 닭을 비롯해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닭, 새처럼 훨훨 나는 닭 사진도 보인다. 백자에 닭을 공급해 주는 백자의 이창희 사장 남편의 농장(청송군 현서면 백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자연에 방목해 키우는 순수 재래 토종닭이다. 토종닭은 일반 육계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 1, 2개월 이내에 소비되는 육계에 비해 토종닭은 최소 6개월 이상 혹은 1년은 자라야만 요릿감이 될 수 있다. 체구는 일반육계보다 작지만 대신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
백자에서는 이런 토종닭으로 요리한다. 토종닭은 외래종 닭에 비해 살이 단단하다. 이 단단한 살을 쫄깃하게 하려면 그냥 솥에 삶아서는 부족함이 있다. 그래서 압력솥을 사용한다. '동충하초약닭'. 일단 엄나무 등 한약재를 넣고 삶는 과정을 거쳐 닭 특유의 냄새를 없앤다. 그러나 토종닭을 요리할 때 '보양'을 위해 너무 많은 한약재를 넣는 것은 좋지 않다. 토종닭 고유의 감칠맛을 죽이기 때문이다. 이어 인삼과 대추, 밤 등을 넣어 영양가를 높인다. 닭고기와 함께 삶아낸 육수에 넣어 한소끔 더 끓여 손님상에 낸다.
오래 달여진 만큼 은은한 맛을 풍긴다. 닭고기 특유의 냄새도 없다. 보통 백숙은 느끼한데 이곳 음식은 깔끔하다. 구수한 맛이 난다. 토종닭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물 맛이 일품이다.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시원하다. 토종닭은 약간 질기다 싶은 만큼 살이 차지고 감칠맛이 더 있다. 토종닭 특유의 식감 때문이란다. 살이 단단해서 질긴 듯한 토종닭은 씹는 맛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딱 맞다.
진한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고 나면 속이 은근하게 따뜻해지면서 어느새 송글송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시각, 후각에 이어 미각까지 시골의 맛이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종근당 경북지점 장정기 팀장은 "여느 닭요리와는 확실히 다르다"면서 "보통 닭뼈는 삶거나 고으면 부서지는데 이 집 닭 뼈는 단단해요. 고기도 생각보다 질기지 않아요. 씹는 맛이 있습니다. 동충하초를 넣은 국물은 또 어떻고요."
권기룡 씨는 "토종닭이 질기긴 하지만 뜯다 보니 씹는 맛이 외래종 닭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몸이 허하다 싶고 보신이 필요할 때 찾는다"고 했다.
이 사장은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정성껏 요리한다"며 "백숙요리는 특유의 쫄깃한 육질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어서 그 맛을 알고 있는 단골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도재훈 주임은 "동충하초산삼배양근삼계탕은 쌉사래한 한약재 향도 좋고, 먹고 나면 일주일이 든든하다"면서 "처갓집 장모님에게 대접받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육수에 찹쌀과 흑미, 수수, 율무, 녹두 등에다 견과류 호두, 잣, 은행, 대추 등을 넣고 지은 밥을 말아 먹는다. 국물은 무한 리필이다.
이지원 씨는 "여기 오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맛도 있지만 보양이라 생각하고 다 먹는다. 밥을 말아 국물까지 남김 없이 먹는다"고 했다.
이 밖에 토종닭을 황기, 당귀, 오가피, 대추, 마늘 등 한방재료와 함께 푹 고아 낸 육수에 끓인 닭칼국수와 숙주나물과 고사리 등을 넣고 푹 고은 닭개장도 인기다.
허윤 씨는 "닭 육수에 생면을 넣은 닭칼국수는 해장에 '딱' 이에요. 개운한 느낌과 함께 속도 달래주고 진한 육수는 속을 든든하게 해준다"며 "전날 술 먹은 후 꼭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토종유정란도 팔고 있다.
동충하초약닭 6만5천원, 황기백숙약닭 4만5천원, 묵은지닭볶음탕 5만원(이상 3'4인분), 약수삼계탕 1만1천원, 동충하초삼계탕 1만3천원, 토종닭개장 7천원, 동충하초산삼배양근삼계탕 1만7천원. 일요일 휴업.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 예약 053)759-9945.
◆'우리 직장 단골집'이 '이맛에 단골!'로 바뀌었습니다. 이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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