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섬유·차부품 외 새 제조업 키워야"…송언석 재경부 예산실 심의관

12'19 대통령선거 등의 이유로 국회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박빙으로 전개된 대선 직전까지 여야 모두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젖어 있었고, 선거 승리 직후 차기 정부 입맛에 맞는 예산 배정을 위해 늑장 처리하기로 암묵적 동의를 했다.

덕분에 바빠진 곳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이다. '선(先) 예산 처리 - 후(後) 선거 체제 돌입'이란 정치권 공식이 깨지자 예산실은 내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를 위해 연말 내내 힘들었다. 경제 예산실의 송언석(49) 심의관을 만났다. 그는 "지난 연말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불었다"고 했다. "비만은 건강 악화의 지름길인데…".

송 심의관은 "이번 예산처럼 조정 규모가 많은 해는 처음"이라고 했다. 실제로 따져보니 국회에서 조정된 금액만 4조5천억원 정도이고, 총액 변화 없이 유'전용된 조정 작업 규모까지는 카운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 마저도 선거 직후부터 며칠 만에 해치웠으니 연말 그의 피로감은 남달랐을 것이다.

"올해 예산 작업이 각별히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뜻밖에도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이던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현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 이야기를 꺼냈다. 류 의원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차관 출신으로 송 심의관의 오랜 상관이다.

"저도 저지만 그분(류 의원)이 참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예산 민원인을 대하는 과정에서 '한 번 알아보겠다'며 정치적으로 응대하기보다는 '안 되는 것은 안 돼'하는 식으로 일관해 오해를 많이 사신 것 같다. 아마도 곧고 바른 안동 양반기질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송 심의관은 올해 수백조원의 예산을 짜내면서 지역과 관련된 3억원짜리 조그만 사업을 잊지 않았다. 동화사 주최 사찰음식문화박람회인 '승(僧)시'라는 사업이다. 수 년째 탈락됐다가 올해 처음으로 예산이 배정됐다. 조그만 사업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를 묻자 "대구경북이 먹거리 낙후지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많은 농수산물의 산지이면서 전통적 식문화가 발달된 대구경북에서 홍보를 강화한다면 식품 산업에서 있어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역 발전에 대해 제조업 강화를 강조했다. "섬유 산업과 자동차부품에 강점이 있지만 소비도시로 전락한 대구에 새 제조업 시스템을 구축, 자생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는 출향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켜 줄 것을 주문했다. 시'도 및 중앙을 막론하고 지역을 위해 일할 인재들을 키우되 지역대표로 국한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중앙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대구경북 인사로만 치부하는 것은 좁은 생각이다. 성공한 지역 인재를 대한민국 아니 세계를 이끄는 대표인물로 생각하고 키워야 사람도 지역도 같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전체 파이를 키워 더 큰 시장을 창출하듯 사람도 성장 가능성을 열어 두고 무한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반드시 더 큰 실력자로 발전해 지역으로 돌아올 것이란 생각이다.

김천에서 태어난 송 심의관은 김천 중앙초교'한일중,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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