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여) 씨는 지난해 11월 직업소개소에서 빌린 1천300만원의 빚을 갚고 아이 양육비를 벌기 위해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일명 '자갈마당')로 왔다. A씨는 한 차례 10여만원을 받고 하루 평균 7, 8명의 손님을 받았다.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 달 뒤 빚은 2천200만원으로 불어났다. 좋지 않던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일을 했던 게 탈이 난 것이다. 병원비로 많은 돈을 써야 했고 미용비와 생활비도 많이 들었다. 결국, A씨는 이곳을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A씨는 "성매매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시행 9년째를 맞은 성매매특별법이 위기에 놓였다. 법원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데다 성매매 업소들은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 위헌 논란=법원이 이달 9일 처음으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과료형을 받는다.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 김모(42) 씨는 지난해 7월 이모(23) 씨로부터 13만원을 받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 씨는 "성매매는 먹고살기 위한 직업의 방편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법원에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를 심판해 줄 것을 요청했다.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김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다. 오 판사는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사이의 성행위는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하며 성매매는 교화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 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대표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계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시작한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홀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여성이 평범하게 할 수 있는 직업의 선택 범위는 매우 좁다. 반면 성매매업과 같은 유흥업은 전국에 4만여 개에 달하는 등 참여 기회가 많아 오히려 여성의 성매매업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박동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매매가 직업의 하나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성매매로 인한 도덕적 문제가 남아있는 한 성매매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은 없애야 하지만 위헌 결정이 나오면 성매수 남성의 처벌 문제로 번져 성매매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화'번창하는 성매매업=2004년 3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뒤 성매매업은 성매매집결지에서 이뤄졌던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가 키스방, 안마방, 원룸 성매매 등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 지난해 대구경찰청이 검거한 신'변종 업소만 249곳이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12년 성매매업소 단속결과'에 따르면 2011년에는 없었던 '립카페', '이미지클럽' 등이 지난해 새로운 신변종 업소로 등장했다. 오피스텔에서의 성매매는 지난해 15곳으로 2011년 5곳보다 3배나 늘었다.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과 생활질서계 배기훈 팀장은 "겉으로 드러난 성매매 업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이뤄지는 성매매의 90% 이상은 신'변종 성매매업소"라고 했다.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자갈마당의 경우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60곳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10월 현재 39곳이 영업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과 건물주, 업주 등 종사자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곳 종사자는 120여 명으로 2009년 98명보다 22.4% 증가했다.
성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관계자는 "성매매 문제는 법 조항만으로는 없앨 수 없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없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매매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대구 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성매매 시장 규모를 줄이고 성산업을 대체할 대안노동시장의 범위를 넓히지 않는 한 성매매는 사라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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