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익기(50) 씨와 4년이 넘는 소유권 다툼(민사소송)에서 이겨 법적 소유권자가 된 조모 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지병으로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훈민정음 상주본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 씨의 사망소식에 대해 17일 배 씨는 "조 씨가 숨졌다고 해서 내 입장이 변화되는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배 씨는 상주본을 훔쳐 4년 넘게 감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뒤 현재까지 상주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 씨는 1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등에 대한 보상은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기증자는 자신의 이름이 돼야 할 것인데, 지금 공개를 하면 기증자는 법적 소유권자인 조 씨가 되기 때문에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미공개'의 가장 큰 이유다.
배 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을 위증 및 교사 혐의 등으로 고소해 놓은 상태다. 만약 위증 등이 인정되면 이를 근거로 대법원에 민사소송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조 씨에게 있는 상주본의 소유권을 되찾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해례본 국가기증식을 갖고 문화재청에 해례본을 기증한 조 씨가 갑자기 숨지는 바람에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배 씨의 재심청구 대상자인 조 씨가 사망했지만 부인과 두 아들이 조 씨의 소유권이나 권리를 모두 상속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 기증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훈민정음 상주본을 둘러싼 소유권 다툼은 대(代)를 이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검찰도 배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어서 배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훈민정음 상주본을 전격 공개하지 않는 한 해례본의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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