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서울의 봄 이후 민주화 25년 만에 6번째, 즉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 약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로 들어설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안을 17부 3처 17청으로 발표했고, 국가안보실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청와대 개편안도 이번 주중 선보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평창동계올림픽위원장)를 필두로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도 구성되었다.
국회를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겠다는 의향에 따라 2월 25일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기까지 앞으로 남은 한 달여는 당선인의 함구령에 따라 설익은 정책이나 하마평이 터져 나오는 것이 차단되어 있을 뿐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고 뜨겁게 돌아가는 시기이다.
박 당선인에게는 이전부터 정무추진개혁단이 있었다는 설을 뒷받침해 주듯 인수위 발족 10일 만에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과 경제부총리'해양수산부의 부활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격과 국무총리실 직속 등과 같은 정부 조직 개편안이 나와서 그 속도감에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다만 인수위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공청회나 토론 절차 한 번 없이 또 48.0% 지지를 받은 야당에 대한 우대성 사전 언급 없이 발표되는 바람에 반발하는 기류가 없지 않아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될지가 관건이지만 걱정거리는 아니다.
MB 인수위 초창기 '만사정통'(만사가 정두언을 통하면 된다)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실세였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새삼 폐해를 들먹이며 인수위 불필요성을 주장한 게 생뚱맞지만, 무리 없는 정권 인계를 위해서 대통령직 인수위는 필요하고, 또 인수위가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구성을 포함한 향후 5년 박근혜식 실적 정치를 위해서 지금처럼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로 그려내야 할 일들은 많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새 집권자마다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정 연속성을 해치거나 혈세를 낭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국무부는 올해로 223년째 장수하고 있다. 1789년 9월 명칭이 정해진 후 한 번도 변경되지 않았다. 미국이 지난 50년간 새로 신설한 부처는 교통부, 에너지부, 교육부, 보훈부, 국토안보부 등 5개에 불과하다. 일본은 2001년 1월, 중앙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한 이후 정권 교체와는 상관없이 12년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정부 조직을 바꾸지 말란 법은 없다. 시대적 소명과 요구, 차기 대통령이 실현할 최우선 가치와 정책 목표에 따라 조직을 개편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속성상 정부 조직 개편의 효과가 나올 때쯤이면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뀌게 될 부처의 경우 업무 우선순위만 달라졌는데 간판'공문서'도로 표지'사이트 등 모든 것을 새로 바꾸어야 한다. 그냥 바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 향후 대통령 당선인들은 정부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거나 그냥 두고 역할만 더 주거나 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일은 대통령 임기 시작 문제이다. 우리 대통령의 임기는 자정부터 시작된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임기는 자정부터 시작되는데 취임식 후 청와대에 입성하기까지 몇 시간 동안에 별도의 통신 체계를 마련하느라 또 예산이 들어간다. 신'구 대통령 간 신경전도 펼쳐진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첫 대통령인 노태우 시절부터 이'취임식을 나란히 하자는 정부 실무자의 건의는 무시됐다. 물러나는 사람은 조용히 혼자 물러나라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에 집이 없다면서 임기 끝나는 날까지 청와대에서 잤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첫날 청와대 밖에서 하루를 보내고 취임식을 가졌다. 그렇게 이명박 대통령에게 몇 시간 통신 체계를 갖추는 데 세금 2억 원이 들었다.
이제 우리도 미국 대통령 이취임식처럼 임기 시점을 바로잡아 볼 때다. 새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면서 임기가 시작되면 어떨까? 미국 신구 대통령이 동시에 백악관에 들어가 구 대통령은 떠나고, 신 대통령은 남듯이 우리도 그런 이취임식으로 임기 시작과 업무 시작의 편차를 없애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