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김래원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3류 음악감독 역

# 김래원표 '허세 꽉찬 연기' 재미와 진정성 동시에 해냈대요

# 다문화가정 소년 성장기 다뤘지만 관객들 편견어린 시선은 거뒀으면

# 30대 첫 영화, 내게는 새출발 의미

"드라마 '천일의 약속' 때문에 힘든 시기였는데 따뜻하고 기분 좋은 영화라 관심이 생겼어요. 감독님의 솔직한 영화 설명이나, 같이 영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좋을 것 같았죠. 또 이 영화에서는 김래원만이 재미도 주고 진정성도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좋았어요."(웃음)

배우 김래원(33)은 최근 작품에서 운이 없었던 것 같다. 근작들은 화제가 되지 못했고, 인기를 얻었던 '천일의 약속'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는 수애는 집중 조명됐지만, 그는 이렇다 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렇단다.

특히 '천일의 약속'은 전역하고 첫 작품이라 열정을 쏟아부으려 했는데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무척이나 아쉽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 들어왔던 건 좋았지만, 그가 생각하던 캐릭터가 아니라 결론적으로는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캐릭터와 드라마 내용으로 힘들어하던 드라마 촬영 시기.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를 만났다. 김성훈 감독은 '천일의 약속' 촬영 현장까지 찾아와 김래원을 직접 설득했다.

이달 9일 개봉한 '마이 리틀 히어로'는 허세 가득한 삼류 음악 감독 유일한(김래원)이 인생역전을 노리고 참여한 대형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 확률 제로의 소년 영광(지대한)과 파트너가 돼 불가능한 꿈에 도전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김래원은 이 영화가 다문화가정 소년의 성장 이야기로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영광이 다른 사람들과 피부색이 약간 다른 소년이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사회 등을 통한 반응에서 이를 느끼기도 했다.

"대한이가 참 예뻐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 눈길을 끌죠. 솔직히 우리 영화는 다문화가정 소년의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아이의 성장 이야기와 성공에 목마른 유일한이라는 젊은 청년이 아이를 통해서 변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가죠. 하지만 대한이라는 소년 자체가 전체 메시지를 덮는 듯한 느낌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

김래원은 극중 일한에게는 영광이 자신의 과거 모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영광은 재능을 갖고 있고 열정도 있지만, 가난이라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일한의 과거를 생각하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래서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건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

김래원은 "대한이가 노래하는 것만 봐도 매우 예쁜데, 그 모습이 많이 부각 됐다"며 "솔직히 무척 잘했는데 애한테 질투할 수도 없고, 나한테 좋게 다시 찍어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고 웃었다.

아이들과 연기하는 건 힘들다고들 한다. 그것도 대한이와 극 중 대한이에게 도움을 주는 성준을 연기한 황용현은 연기를 해보지 않아 더 그랬을 것 같다. 아이들과 친해진 비결을 물으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일부러 살갑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서 자연스러워졌어요. 친해지려고 부모님에 대해 묻거나 하는 건 선입견이나 편견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죠. 촬영할 때 세팅이 잘못돼 시간이 남을 때면 아이 손을 붙잡고 1시간 정도 강가를 산책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없어도 되는 뮤지컬 공연 신을 찍을 때 현장에 나와 보고 있는데, 대한이가 '형 피곤하데 가서 쉬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애정과 사랑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김래원은 솔직히 30대를 맞아 출연한 첫 영화인데 "조금은 아쉽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30대의 김래원은 이 정도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관객들이 알아챘으면 좋겠는데 못한 것 같다"고 채찍질했다. 감정이 과한 부분이 보이고, 어떤 장면을 살리기 위해 다른 장면을 약하게 드러냈어야 하는 부분도 보인단다.

"저도 욕심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 배우니까요. 솔직히 제가 하는 연기가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역할이 다 다른데 그때마다 연기하면서 많이 배워요. 지금 제 나이는 뭔가를 알 듯 말 듯한 단계 같네요. 그래도 확실한 건 더 재미있어지고, 조금씩 더 즐기게 되는 것 같긴 하죠."(웃음)

그는 아직 스스로 느끼기에 아름답고 근사한 작품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조금 더 힘을 빼고 여유를 가져야만 최고의 연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관객들이 '저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하면서 영화를 10분, 20분을 보고 '아,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생각할 수 있는 내공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물론 이것도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쌓이고 쌓이면 30대 영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하정우'박해일 형 같은 분들 레벨에 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약간 부족한 것 같아요. 조금 더 색깔이 진해야 할 것 같아요. 뭐, 모르죠. 평가는 제가 하는 게 아니니까요."(웃음)

그렇다고 확 변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악역을 해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며 "꾸밈없이 연기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작품을 만나면 진심으로 행복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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