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일 오후 3시 대구 수성구 지산동 한 아파트. 이날 아파트 경매절차를 집행하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집행관들이 찾아간 김모(64'여) 씨 집에 있는 달력은 한 달 전에 멈춰 있었다.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누워 있던 김 씨 옆에는 "죄송하다. 나는 혼자다. 연락할 가족이 없다"는 짧은 유서 한 장만 남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독신인 김 씨는 연락을 주고받는 가족'친지도 없이 홀로 쓸쓸히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로 미뤄 한 달 전쯤 스스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고독사(孤獨死) 급증=혼자 살아가는 '나홀로 가구'가 늘어나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나홀로 가구는 이혼 가정의 급증으로 고령층뿐만 아니라 청'장년층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달 16일 부산에서도 차가운 보일러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40대 남성(사망 당시 49세)의 백골이 6년 만에 발견됐다. 일용직을 하며 가족과의 연락도 없이 혼자 살던 그의 죽음을 발견한 건 보일러를 고치러 들어간 건물 주인이었다. 다세대 주택에 살았지만 6년간 그를 찾는 이웃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현황과 특성'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453만9천 가구. 전체 1천795만675가구의 25.3%로 네 집 중 한 집이 나홀로 가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독사는 홀로 노년을 보내는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발생 연령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혼이나 가족 간 불화, 경제적 이유로 혼자 생활하는 청'장년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고독사도 조금씩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는 사망 후 가족 등 연고자를 찾지 못해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동묘지에 안치되는 무연고사망자 분포에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무연고사망자는 10명. 이 중 8명이 30~50대의 청'장년층이다.
이달 8일에도 대구 중구 동산동 원룸에서 이혼 후 혼자 살던 나모(55) 씨가 숨진 지 4일 만에 발견됐다. 사흘 동안 출근하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긴 직장 동료의 신고에 의해서였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이혼 가정의 증가와 함께 혼자 외롭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했다.
◆지자체 고독사 대책 마련 분주=대구시와 각 지자체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청'장년층 나홀로 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만 65세 이상의 홀몸 노인을 중심으로 고독사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의 홀몸 노인은 고령화와 함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1년까지 1천 명 단위로 늘어나던 홀몸 노인은 지난해 들어 1만 명 가까이 껑충 뛰어올라 지난해 12월 현재 6만7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구 전체 인구의 11.0%로 10명 중 1명이 홀몸 노인이다.
대구시는 다음 달 전체 홀몸 노인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 돌보미가 가정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수시로 안부 확인을 하게 된다. 이 중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자들을 보호하는 맞춤형 대책을 만들 계획이다. 또 노인장기요양 보험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사람 중 몸이 불편한 고령층 가정을 방문해 요양을 돕는다. 지역 곳곳에 위치한 재가노인센터에서는 홀몸노인 5천 명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덜 수 있도록 돕는다.
지자체는 이전에 홀몸노인을 위주로 했던 고독사 예방책에서 벗어나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남구청은 18일 50세 이상 나홀로 가구의 고독사'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고독사 제로(Zero)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남구의 50세 이상 1인 가구는 1만4천685가구로 전체(7만5천85) 가구의 19.5%를 차지한다. 남구청은 다음 달까지 대상자 전수조사를 실시해 실태 파악을 끝낸 뒤 찾아가는 안부확인 전화 및 방문, 응급사항 발생 때 친인척 등 연락처를 기재하는 안심등록카드 제작 등의 안전장치 마련과 우울증 검사, 자살예방 상담 및 교육, 노-노 케어(노인 상호 간 돌봄)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합사례관리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은 "혼자 생활하는 가구는 점점 늘어나지만 이들 각자를 위한 맞춤형 사회안전망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며 "고독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달서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나홀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행복지킴이 사업'의 범위를 연령'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된 행복지킴이 사업은 지역의 나홀로 가구를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달서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김해숙 팀장은 "이혼이나 가정 불화로 집을 나와 혼자 사는 젊은 층들의 상담소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보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친구와 가족들이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