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최근 '술탄과 황제'라는 책을 펴냈다. 정치인이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다룬 역사 소설을 썼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신문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같은 내용을 소재로 한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고 실망감을 느껴 자신이 그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그 책을 쓰려고 방대한 자료를 구해서 읽었고 현지를 직접 방문해 조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재미를 보장한다고 말할 만큼 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으며 책도 잘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의 말처럼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 내용이 쉽고 어렵고를 떠나 재미있는 책은 독자들의 환영을 받게 된다. 쉽지만 재미없는 책이 있는가 하면 쉬우면서도 재미있어 금상첨화인 책이 있다. 어려운 내용이라도 곱씹어 읽다 보면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 있고 내용이 알차지만 딱딱해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책도 있다. '재미있는 책'에 대한 기준은 독자마다 다를 것이다. 장르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누구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장에 매료돼 작가의 글 솜씨를 책의 선택 기준으로 삼는 독자들도 있다.
책은 음식과도 비슷하다. 요리 솜씨에 따라 음식 맛이 차이가 나듯이 책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재미가 있거나 없게 된다. 음식 맛이 뛰어난 식당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만, 그 식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듯이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재미있거나 좋은 책은 아니다. 또 한때는 단맛의 음식을 좋아하다가 나이 들어서는 깊은 맛의 음식을 찾듯이 좋아하는 책이 음식 취향처럼 바뀌기도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책이나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 김용의 무협 소설에 열광하다가 다른 작가와 책으로 애정을 옮기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 취향으로 치자면 우리나라 책은 외국 책보다 재미가 덜하다는 느낌이다. 베스트셀러인데도 재미가 없거나 내용이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소재가 다양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점들이 한국 책이 영화나 음악과 비교하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책을 고르는 독자들의 안목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책이 더 다양하고 재밌어져서 읽는 즐거움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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