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지점'연 대구 갤러리…"이젠 국내 작가 키워야죠"

서울 전시관 오픈하는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

리안갤러리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데이비드 살레 작
리안갤러리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리안갤러리 서울'을 연다. 갤러리 옥상에는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설치했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서울과 대구 순회전 등을 통해 좋은 전시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개관전으로 데이비드 살레의 국내 첫 개인전을 3월 13일 연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데이비드 살레 작 'yellow house'

'리안갤러리 서울'이 24일 문을 연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자리 잡은 서울 전시관은 연면적 370㎡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세계적인 작가인 서도호의 동생이자 함께 협업해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는 서을호 씨의 '서아키텍스'가 건축을 맡았다.

리안갤러리의 서울 전시관 개관에 미술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본거지를 둔 갤러리가 서울에 전시관을 내는 것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이후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서울 전시관 개관은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가 2007년 3월 대구에서 리안갤러리의 문을 열면서부터 가졌던 계획이다. 서울로 확장하는 리안갤러리 안 대표를 만났다.

"아무리 좋은 전시를 해도 지방이라는 소외감이 많았어요. 갤러리 문을 열 때부터 서울 전시관 오픈을 계획했죠. 우리만의 색깔로 조용히 운영해나갈 계획입니다."

서울 전시관을 위해 안 대표는 3년 전부터 청담동에 쇼룸을 설치, 전시가 바뀔 때마다 작품을 바꿔 걸었다. 서울 전시관 오픈을 앞두고 벌써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다.

예술을 담는 공간인 만큼 갤러리 건물도 중요하다. 건축의 콘셉트는 무엇일까.

"최대한 단순하게 짓고 싶었어요. 빈 박스 하나 있는 것 같은 상태? 작지만, 매력 있는 갤러리로 만들고 싶었죠. 2011년 1월 설계를 시작했으니, 만 2년이 넘게 걸렸어요. 느리지만 아주 꼼꼼하게 만들어진 건물이에요."

주변의 관심이 많아, 3월 13일 개관 전시에 앞서 이달 24일 갤러리 오픈부터 하기로 했다. 개관 전까지 진행되는 소장전에는 데미안 허스트, 제니퍼 스타인캠프 등 지금까지 리안갤러리가 6년간 진행했던 주요 전시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리안갤러리의 역사를 리뷰할 수 있게 꾸몄다. 컬렉션으로 유명한 안 대표의 소장품을 서울에 소개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 전시관 개관전으로는 줄리앙 슈나벨, 에릭 피슬 등과 함께 1980년대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데이비드 살레의 국내 첫 개인전을 대구와 순회전으로 연다.

리안갤러리는 2007년 문을 연 후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알렉스 카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잇따라 성공했다. 지방에 있는 신규 갤러리가 해낸 전시에 미술계가 깜짝 놀랐다.

안 대표는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그의 통 큰 결정과 신속한 추진력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불과 수년 전까지 전업주부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주부였던 시절에도 완벽주의라 할 만큼 시간 관리에 철저했어요. 지금 해야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일이 없었죠. 언제나 시간의 효율성을 중요시했고, 이것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시간을 다투는 결정은 신속하게 하고, 또 판단이 서면 온 힘을 다해 추진하죠. 반면 준비는 오랫동안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리안갤러리는 올해 또 하나의 큰일을 진행한다. 부산 센텀시티에 한 대학의 의뢰로 짐 다인의 10m 높이의 작품 '피노키오'를 세우는 것. 작업기간만 1년이 걸리는 이 작품은 5월 설치 예정으로, 부산의 또 하나 랜드마크가 될 것 같다.

그는 신혼 시절, 판화 한 점을 구입하면서 미술작품과 사랑에 빠졌다. 오랜 세월 컬렉터의 길을 걸으면서 '화랑은 불황일수록 좋은 전시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게 됐다.

"불황일수록 좋은 식당엔 사람이 더 몰리기 마련이죠. 화랑도 마찬가지예요. 불황에 좋은 전시를 보여줘야 다른 화랑과 차별화가 됩니다.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죠."

해외 시장 움직임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화랑이 컬렉터를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컬렉터들이 해외 시장과 곧바로 거래하는 요즘, 트렌드를 읽기 위해 아시아, 유럽 등 해외 아트페어에 일 년에 최소 두 번 이상 참가하는 이유다.

그에게 가장 큰 숙제는 '세계 시장에 들고나갈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제 해외 아트페어에 나갈 땐 한국 작가만 데리고 나가 홍보하려고 해요. 하지만, 한국 작가가 해외 경매에서 뜨지 않으니 쉽지는 않죠. 이젠 외국의 유명 작가를 데리고 오는 건 어렵지 않은데 훌륭한 국내 작가를 많이 발굴하는 것이 고민이에요."

화랑 운영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투자해야 하는 것이 많다. 안 대표가 화랑 운영을 위해 팔았던 작품이 일 년 만에 3배로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화랑은 '돈'만 보고 할 수는 없는 직업이다. 손해라고 해서 문 닫을 수 없다는 것. 늘 좋은 전시, 좋은 작가를 찾아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 안목이 높아진 것으로 만족한다.

"서울은 지점이고, 대구가 본점입니다. 그런 만큼 서울이 안정되면 대구 전시를 더 단단하고 품격 있게 운영하고 싶어요. 대구로 역량을 집중하면 서울은 당연히 따라올 수 있어요. 먼 훗날, 그저 좋은 전시를 보여주는 좋은 화랑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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